간경변증을 앓는 환자 중 비만이 함께 있는 경우, 무조건 체중을 줄이기보다 근육량과 신체 기능을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만은 간섬유화와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높이지만, 간경변 환자는 근육 소실과 영양 부족에 취약해 무리한 감량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천대학교 연구팀(신승각 외 1명)이 『대한내과학회지』 10월호(101권 5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만성 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으며, 비만과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은 이 질환의 진행을 부추기고 간섬유화, 간경변, 간세포암 위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간경변 환자의 몸은 스스로 조직을 소모하는 이화 상태에 놓이기 쉬워 근감소증과 영양불량, 노쇠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태에서 체중을 지나치게 줄이면 근육 손실이 더 심해지고 전반적인 치료 경과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체중 감량 자체보다 근육량과 신체 기능을 지키는 몸의 구성 균형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체중 관리를 시작하기 전에 영양 상태와 근감소증, 노쇠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활습관 교정이 치료의 중심이며 환자 개개인에 맞춘 영양 지원과 운동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 기능이 유지되는 보상성 간경변 환자는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칼로리를 완만히 줄이는 방식이 권장되지만, 근감소증이 있거나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약물 치료와 관련해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가 지방간질환에서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간경변이 이미 진행된 환자에서의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비만대사수술은 보상성 간경변 환자 중 신중하게 선별된 경우에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여러 진료과가 함께 접근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복부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대사 문제를 함께 가진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체중이 늘고 활동량이 줄면 간에 지방이 쌓이기 쉬워지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염증과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 유지하기 /사진=AI 생성 이미지
간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을 만들고 저장하는 능력도 함께 약해져 근육이 쉽게 줄어들 수 있다. 식욕 저하와 소화 흡수 장애, 활동량 감소가 겹치면 근육 소실이 더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 체중계 숫자만 보고 건강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백질은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아침과 저녁을 포함해 하루 여러 번에 나눠 섭취하는 것이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몸이 근육 단백질을 에너지로 쓰기 쉬워지므로, 잠들기 전 가벼운 간식을 챙기는 것도 방법으로 소개된다.
걷기나 가벼운 근력 운동처럼 몸에 부담이 적은 신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근육량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피로감이 심하거나 복수, 황달 같은 증상이 있는 시기에는 무리한 운동보다 휴식과 영양 보충을 우선하고, 상태가 안정된 뒤 운동량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은 줄었는데도 기운이 없고,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물건을 쥐는 힘이 약해졌다면 단순한 체중 변화가 아니라 근감소증의 신호일 수 있다. 식사량이 줄고 쉽게 지치는 날이 늘었다면 체중계 숫자보다 몸 상태 전반을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간경변증을 진단받은 사람이 체중 변화나 식욕 저하, 무기력감을 함께 겪고 있다면 임의로 식단을 조절하기보다 간 전문의와 영양사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영양 상태와 근육량을 함께 점검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체중 관리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 이 기사는 『대한내과학회지』(2026)에 실린 「간경변증에서의 비만 관리: 위험과 이득 사이의 균형」(신승각 외)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KCI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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