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떨리거나 걸음이 둔해지는 증상만 파킨슨병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우울감과 불안, 수면 중 이상행동, 변비, 통증, 만성적인 피로감을 함께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런 비운동 증상은 환자의 삶의 질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 보호자가 느끼는 부담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병과 연관 짓지 못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대학교 연구팀이 『대한신경과학회지』 11월호(44권 4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비운동 증상은 병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 단계부터 나타나 병의 경과 전반에 걸쳐 흔하게 관찰되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증상이다. 이상진 외 1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런 비운동 증상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임상적 접근을 정리한 종설 논문을 내놨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전통적으로 떨림이나 경직 같은 운동 증상을 중심으로 정의돼 왔지만, 비운동 증상이 삶의 질과 기능적 독립성, 보호자의 돌봄 부담, 장기적인 경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짚었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파킨슨병과 연결 짓지 못하거나 의료진이 운동 합병증 관리에 주로 집중하면서 비운동 증상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번 종설은 한국의 일반적인 신경과 진료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루는 주요 영역은 우울과 불안, 정신병적 증상, 충동조절장애 같은 신경정신과적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 자율신경 기능 이상, 수면장애, 통증, 피로다. 각 영역별로 적절한 선별 검사 도구와 임상 평가 전략, 감별진단에서 고려할 점, 치료 선택지를 함께 정리했다.
연구팀은 약물 치료의 경우 증상의 양상과 병의 진행 단계, 운동 변동 여부, 동반질환, 인지 상태, 약물의 잠재적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 개개인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획일적인 처방보다는 환자가 겪는 비운동 증상의 조합과 변화 양상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 인지행동치료, 수면 위생 관리, 배뇨 증상에 대한 행동치료,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를 위한 수면 환경 조정,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적 진료 같은 비약물적 개입도 치료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이런 비약물적 접근이 약물 치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비운동 증상 완화에 도움 /사진=AI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비운동 증상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평가로 끝내기보다 포괄적이고 반복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을 조기에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평가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를 적용하는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병행하면 임상 경과와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손발 떨림과 느린 움직임, 근육 경직 같은 운동 증상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울감이나 불안, 수면 중 이상행동, 변비, 기립성 저혈압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증상을 함께 겪는 환자도 많다.
비운동 증상 가운데 일부는 운동 증상이 뚜렷해지기 전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평소와 다른 피로감이나 수면 중 잠버릇 변화, 후각 저하, 소변 문제 등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심하게 움직이는 행동은 본인이 다치거나 동침자가 다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상에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일정한 수면 습관 유지, 충분한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를 통한 배변 관리가 비운동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불안감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 환각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환자 스스로 숨기기보다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와 다른 수면 중 행동이나 일어설 때 느끼는 어지럼증, 오래가는 통증, 뚜렷한 기분 변화가 나타난다면 신경과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비운동 증상은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증상을 참고 지내기보다 진료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 이 기사는 『대한신경과학회지』(2026)에 실린 「파킨슨병 비운동 증상의 진단과 치료의 임상적 접근」(이상진 외)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KCI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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