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 앉아도 숟가락이 잘 안 가고, 좋아하던 음식조차 당기지 않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입맛이 도는 약을 찾게 되지만, 식욕부진은 원인이 다양해 무작정 약부터 챙겨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왜 입맛이 떨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무더위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체온 조절을 위해 소화기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면서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는 증상이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도 식욕에 직접 영향을 준다. 자율신경계가 긴장 상태에 놓이면 위장 운동이 저하되면서 배가 고프다는 신호 자체가 잘 느껴지지 않게 된다. 시험이나 이직, 가족 문제 등 심리적 부담이 클 때 밥맛이 뚝 떨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소화기 질환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위염,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이 있으면 식사 후 속쓰림이나 더부룩함이 반복되면서 자연히 식사를 꺼리게 된다. 이런 경우 입맛만 문제가 아니라 소화기 자체의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복용 중인 약이 식욕 저하 원인일 수도 있다 [그림=메디닉스DB]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항생제, 일부 진통제, 항암제, 우울증 치료제 등은 부작용으로 미각 변화나 식욕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새로운 약을 시작한 뒤 입맛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갑상선 기능 이상, 당뇨, 간질환,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에서도 식욕부진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뚜렷한 이유 없이 입맛이 없는 상태가 오래가면서 체중까지 줄어든다면 이런 질환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년층은 특히 주의가 필요한 그룹이다. 나이가 들면서 미각과 후각이 둔해지고, 틀니나 치아 문제로 씹는 것 자체가 불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량 감소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식욕부진의 원인에 따라 소화기 질환 치료, 영양 보충, 필요한 경우 식욕촉진 목적의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약물은 원인 질환에 대한 진단 없이 임의로 구입해 복용할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량씩 자주 먹는 습관이 회복에 도움된다 [그림=메디닉스DB]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입맛을 살리는 방법을 먼저 시도해볼 수 있다. 신맛이 나는 과일이나 장아찌, 나물 무침처럼 향과 산미가 강한 음식은 침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지키는 것도 몸이 배고픔을 인지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같은 신체 활동은 위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식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끼에 많이 먹으려 하기보다 소량씩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이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한 영양을 채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소량 시도하며 식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입맛이 없다고 해서 식사를 아예 거르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으므로, 물이나 죽처럼 부담 없는 음식으로라도 끼니를 챙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식욕부진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있다면, 또는 발열이나 심한 복통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가 관리에 의존하기보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면 그만큼 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