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아래에 심어 넣는 제세동기를 달고 지내다 몇 년 사이 체중이 크게 늘었다면, 단순한 체형 변화로만 넘길 일이 아닐 수 있다. 국제 학술지(PubMed 등재)에 최근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런 체중 증가가 심장 돌연사를 막기 위해 심은 피하형 제세동기, 즉 S-ICD의 작동 구조 자체를 서서히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한다.
S-ICD는 전극을 혈관이나 심장 안으로 직접 넣지 않고 가슴 피부 아래에만 자리 잡게 하는 방식의 제세동기다. 심장 안쪽에 전극을 심는 기존 제세동기와 달리 혈관 손상이나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어 특히 젊은 환자나 혈관 접근이 까다로운 경우에 쓰임새가 늘어 왔다.
다만 S-ICD는 전극과 본체, 심장 사이의 입체적인 배치, 즉 충격이 지나가는 경로의 기하학적 구조에 효과가 크게 좌우된다는 특징이 있다. 몸속 지방 분포나 장기 위치가 바뀌면 전기 충격이 흘러가는 길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 학술지(PubMed 등재)는 최근 체중이 크게 늘어난 환자에게서 시간이 지나며 이런 충격 경로의 구조가 나빠지는 사례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를 비만에 따른 뒤늦은 기하학적 구조 악화로 설명하며, 체중 증가가 단순히 외형 문제가 아니라 삽입된 의료기기의 성능과도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해당 환자는 충격 임피던스, 즉 전기 충격이 몸을 통과할 때 받는 저항 수치가 점차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났고 이를 계기로 본체 교체 시점에 맞춰 정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임피던스 상승은 전극이나 본체 주변 조직 상태에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하게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충격 임피던스 상승이 재평가의 계기가 됐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재평가 과정에서는 본체를 감싸고 있던 피부 주머니 일부가 벌어지는 포켓 이개 현상, 본체와 조직 사이에 지방층이 끼어드는 지방 조직 끼임, 본체가 원래보다 피부 쪽으로 가까이 들려 올라오는 표재화 소견이 함께 확인됐다. 체중이 늘면서 본체를 둘러싼 조직 환경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연구진은 충격 경로의 기하학적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쓰이는 평가 지표인 프라이토리안 점수를 함께 활용했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충격 벡터, 즉 전기 충격이 지나가는 경로가 심장을 효과적으로 지나지 못해 제세동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흉벽 쪽 전극 주변에 섬유화, 즉 단단한 흉터 조직이 자리 잡아 단순히 잡아당기는 방식으로는 전극 위치를 바로잡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전극을 그대로 둔 채 구조를 되살릴 다른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방 조직 끼임으로 본체가 피부 쪽으로 밀려났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연구진은 전극 대신 본체의 위치를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흉곽 옆쪽 근육인 전거근 아래쪽 공간으로 본체를 옮겨 넣는 재배치 시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프라이토리안 점수와 충격 임피던스 수치가 모두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다만 연구진은 재배치 이후 추적 관찰 과정에서 관련 수치가 다시 변동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났다고 전하며, 체중 변화가 큰 환자라면 시술 이후에도 꾸준한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심장 돌연사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는 체중 관리가 단순히 전반적인 건강 관리 차원을 넘어 삽입된 의료기기의 성능 유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짧은 기간에 체중이 크게 늘거나 줄면 몸속 조직 환경도 함께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제세동기를 삽입한 환자라면 정기적인 기기 점검을 거르지 말고, 체중이 단기간에 크게 변하거나 삽입 부위 피부가 당기거나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 때는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담당 의료진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체 교체 시기가 다가온다면 체중 변화 이력을 함께 전달해 임피던스나 위치 이상 여부를 꼼꼼히 확인받는 편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