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몇 걸음만 올라도 숨이 차고 저녁이면 다리가 퉁퉁 붓는 증상을 겪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심부전이 악화되는 초기 신호일 수 있지만 환자 스스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하는 심박수와 심박 변이도 같은 일상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심부전이 나빠지는 시점을 미리 알아내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몸 전체에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로, 완치보다는 꾸준한 관리로 증상 악화를 막는 것이 치료의 핵심으로 꼽힌다. 문제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숨참이나 부종이 심해져 병원 응급실을 찾을 때는 이미 심장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이후인 경우가 흔해, 악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며칠에서 몇 주 앞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기존에는 환자가 정기 외래를 방문했을 때만 체중, 혈압, 증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다음 진료까지 몇 주 동안 상태 변화를 놓치기 쉬웠다. 특히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 스스로 몸 상태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워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의료기관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생체 신호를 수집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손목이나 가슴에 부착한 상태로 하루 종일 심박수, 심박 변이도, 활동량, 수면 패턴, 혈중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심박 변이도는 심장이 자율신경계 신호에 따라 박동 간격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 이 변이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이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런 지표들의 미세한 변화를 장기간 축적해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심박 변이도 등 일상 데이터가 분석 대상이 된다 [그림=메디닉스DB]
인공지능 모델은 수천 명 이상의 환자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심박 데이터를 학습해 심부전이 악화되기 전 나타나는 공통된 패턴을 찾아낸다. 개별 환자의 데이터가 이 패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 경고 신호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심박수가 오르내리는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활동량 대비 심박수 반응, 수면 중 심박 변화, 일중 변동 폭 등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해 판단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심장협회를 비롯한 해외 학술단체는 웨어러블 기반 원격 모니터링이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유럽 지역 의료기관들도 심박 데이터를 활용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며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예측 정확도는 연구마다 차이가 커 아직 표준화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대한심장학회를 중심으로 웨어러블 데이터를 활용한 심부전 관리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은 퇴원 후 재입원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지급해 심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의료진에게 알림이 전달되는 방식의 시범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시도는 병원 밖에서도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관리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병원도 웨어러블 데이터 활용 연구를 검토 중 [그림=메디닉스DB]
다만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심박 데이터만으로 심부전 악화를 확진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기기마다 측정 오차가 있을 수 있고, 나이나 다른 질환 여부에 따라 정상 범위 자체가 달라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놓치는 사례나 반대로 실제로는 문제가 없는데 경고를 보내는 오류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어, 현재로서는 보조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심부전 환자나 고위험군은 기기가 보여주는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평소 자신의 심박 패턴을 파악해두고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때 참고 자료로 삼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기기에서 경고가 뜨더라도 스스로 진단하거나 약을 조절하지 말고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상에서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체중을 재고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나 다리 부종, 호흡곤란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여전히 중요하다. 계단을 오를 때 평소보다 숨이 더 차거나 누우면 기침이 심해지는 증상이 며칠간 이어진다면 웨어러블 기록 여부와 관계없이 지체하지 말고 심장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