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은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국내 보건당국과 학계의 시선이 백신 개발 속도에 쏠리고 있다. 아직 사람과 사람 사이 지속적인 전파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전파력을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가금류 농가와 철새 도래지를 중심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여부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사람 세포에 더 쉽게 결합하는 성질을 갖게 되면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변이 양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방역의 핵심으로 꼽힌다.
백신 연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 계통을 기반으로 미리 후보 백신을 만들어 비축해두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변이가 발생했을 때 짧은 기간 안에 맞춤형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다지는 방식이다. 두 접근 모두 실제 유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강하다.
특히 최근에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한 백신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계란 배양 방식은 백신 생산까지 여러 달이 걸리는 반면, mRNA 기반 기술은 바이러스 유전정보만 확보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후보 물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실제 대량 생산과 안전성 검증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신속 생산 가능한 백신 기술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림=메디닉스DB]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을 위한 국가 비축 백신 물량을 점검하고, 필요시 신속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각국 인플루엔자 감시 네트워크를 통해 변이 바이러스 정보를 공유하며 글로벌 차원의 대응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 대한감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위험군에 대한 진단과 치료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향후 인체감염 백신이 필요해질 상황에 대비한 연구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일반 국민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은 대부분 감염된 조류나 그 배설물, 분비물에 직접 접촉한 경우에 발생한다. 가금류 농장이나 철새 서식지 인근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맨손으로 조류 사체나 배설물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접촉 후에는 즉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권장된다.

가금류 접촉 시 보호장비 착용이 권장된다 [그림=메디닉스DB]
백신 개발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일반인이 접종할 수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예방 백신은 상용화되어 있지 않다. 연구 중인 백신들은 대유행 발생에 대비한 비축용 성격이 강하며, 실제 접종은 위험군이나 방역 종사자를 우선 대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조류인플루엔자 못지않게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로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할 경우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제기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간접적인 방어선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금류를 다루는 농가 종사자나 야생조류를 접할 기회가 많은 직업군은 방역당국이 안내하는 개인보호구 착용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발열이나 기침, 눈 충혈 등 증상이 나타나면서 최근 조류와 접촉한 이력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리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는 익히지 않은 가금류나 알을 만진 뒤 손을 씻지 않고 눈이나 코를 만지는 행동을 피하고, 조류 사체를 발견했을 때는 직접 처리하지 말고 지자체나 방역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백신 연구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관련 소식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되, 지금 단계에서는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