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에도 좀처럼 긴장이 풀리지 않고, 밤에는 잠을 설치면서 술에 의존하는 날이 늘어난다면 정신건강에 여러 신호가 겹쳐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우울, 조증 경조증 증상, 스트레스, 불면, 음주 문제를 함께 들여다본 국내 연구에서 이들 요인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하대학교 연구팀이 『생물정신의학』 2026년 10월호(33권 2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역사회 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은 PHQ-9, 조증 경조증 증상은 한국형 기분장애 질문지, 지각된 스트레스는 PSS, 불면 증상은 한국형 불면증 심각도 척도, 문제성 음주는 AUDIT-C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주성분 분석과 K-평균 군집 분석을 통해 응답자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우울, 조증 경조증, 스트레스, 불면, 음주 문제가 두루 겹쳐 나타나는 복합고위험군과 전반적으로 증상이 적은 저위험군, 음주 문제가 두드러지는 위험음주군으로 구분됐다.
다중회귀분석 결과 지각된 스트레스는 우울 증상과 조증 경조증 증상 모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면과 문제성 음주는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의 관계를 서로 맞물려 더 강하게 만드는 양상을 보인 반면, 조증 경조증 증상에서는 이런 상호작용 없이 각 요인이 따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와 불면이 겹치면 우울 증상 위험 커져 /사진=AI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근로자들이 하나의 균일한 집단이 아니라 증상 양상에 따라 서로 다른 세 집단으로 나뉜다는 점에 주목하며, 수면 문제와 음주 문제를 함께 겪는 근로자일수록 스트레스가 우울 증상으로 이어지는 관련성이 더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군집별 선별검사와 수면 음주 관리를 병행하는 접근을 향후 전향적 연구로 검증해볼 가설로 제시했다. 다만 한 시점에서 이뤄진 조사인 만큼 스트레스와 증상 사이의 선후 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직장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채 조용히 쌓이는 경우가 많다. 업무 부담이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를 풀어내기 위해 술에 의존하다 보면 피로와 우울감이 더 깊어지는 식으로 여러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쉽다.
특히 교대 근무나 야간 근무가 있는 일터, 책임이 큰 업무 환경에서는 스트레스가 쉽게 만성화되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기분의 기복이나 의욕 저하, 때로는 과도한 흥분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수면이 긴장 완화에 도움 /사진=AI 생성 이미지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하루 중 짧게라도 업무와 거리를 두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처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취침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는 습관도 수면 질 개선에 보탬이 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주에 의존하는 습관은 수면의 질을 더 떨어뜨리고 다음 날 피로와 긴장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술 대신 가벼운 대화나 취미 활동으로 긴장을 풀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주 이상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기분이 이어지거나, 평소와 다르게 거의 잠을 자지 않아도 기운이 넘치고 말이 빨라지는 변화가 나타난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수면 문제나 음주량이 늘어나는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더 이른 시점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 기사는 『생물정신의학』(2026)에 실린 「지역사회 근로자의 정신건강 표현형 군집 분석: 우울 및 조증/경조증 증상의 예측 요인 및 조절 효과」(주용희 외)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KCI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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