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이런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의 차이가 노년기 우울감과도 맞닿아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관련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똑같이 나타나지 않고, 비교적 젊은 고령층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을지대학교 연구팀이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2026년 10월호(43권 4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노인일수록 우울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으며 이 같은 연관성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2023년 전국 단위 조사 자료를 활용해 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전체 응답자 10,078명 가운데 대리 응답자를 제외한 9,951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우울 증상은 단축형 노인우울척도 점수가 8점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고, 디지털 리터러시는 13개 문항으로 구성된 기기 활용 점수로 측정했다.
분석에는 층화, 집락, 가중치 등 복합표본설계를 반영한 다중 로지스틱 회귀분석이 쓰였고, 인구사회학적 요인과 건강 관련 요인을 통제했다. 연구팀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령대의 상호작용, 디지털 리터러시와 사회참여의 상호작용을 각각 검증했다.

디지털 기기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분석 결과 디지털 리터러시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교차비 0.96, 95% 신뢰구간 0.92~1.00).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령대 사이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타났으나(p=.0053), 사회참여와의 상호작용은 유의하지 않았다(p=.4271).
연령대별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디지털 리터러시와 우울 증상의 관련성은 65~74세 연령층에서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타났다(교차비 0.92, 95% 신뢰구간 0.88~0.96). 이보다 높은 연령대에서는 같은 관련성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사회참여는 연령대와 무관하게 우울 증상과 독립적인 관련성을 보였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와 우울감의 관계를 연령대처럼 조절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두 요인이 노년기 우울감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회참여 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층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 연구는 한 시점에 이뤄진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우울감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과 우울감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두 요인의 선후 관계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질 필요가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기기 사용의 불편함을 넘어 정보 접근과 사회적 관계 형성의 기회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키오스크나 온라인 예약, 모바일 뱅킹 등 일상생활 곳곳에 디지털 기술이 자리 잡으면서 이를 다루지 못하는 노인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려면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교육, 키오스크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족이 자주 쓰는 기능을 천천히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의욕 저하나 불면, 식욕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평소 즐기던 활동에 흥미를 잃는 경우에는 노인우울척도 등을 활용한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에서 무료로 우울 선별검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2026)에 실린 「노인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우울감의 관련성: 연령대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이시은 외)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KCI 원문 보기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데이터 활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