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 중에는 넘어질까 봐 걱정돼 산책이나 외출, 집안일조차 피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낙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활동을 줄이는 행동이 오히려 근력과 균형 능력을 떨어뜨려 일상생활 전반의 기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학술지 『Journal of Neurologic Physical Therapy』에 최근 실린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들의 낙상 두려움에 따른 활동 회피 행동과 관련된 여러 요인을 함께 들여다봤다. 우울감, 불안, 피로, 인지 기능, 균형 능력, 운동 증상의 중증도가 각각 낙상 두려움과 관련 있다고 보고돼 왔지만 이 요인들을 한꺼번에 비교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단면 분석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의 우울·불안 같은 정서적 상태, 피로감, 인지 기능, 균형 능력,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 중증도를 함께 조사해 어떤 요인이 활동 회피 행동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는지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정서적 요인인 우울감과 신체적 요인인 균형 능력, 질병 중증도가 낙상 두려움으로 인한 활동 회피 행동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기여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낙상 두려움을 다룰 때 단순히 걸음걸이나 균형 훈련만 신경 쓰기보다 우울감 같은 정서적 측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낙상 두려움에 외출 대신 집에 머무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파킨슨병은 뇌 안에서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줄어들면서 손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불안정 등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걸음걸이가 작아지고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는데, 이 때문에 환자 스스로 넘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이 두려움이 다시 활동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기 쉽다.
활동을 줄이면 근력과 심폐 기능이 함께 약해지는 탈조건화가 일어나기 쉽고, 이는 균형 능력을 더 떨어뜨려 실제 낙상 위험을 오히려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낙상이 두려워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안전한 범위 안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집 안에서는 바닥에 널린 전선이나 미끄러운 러그를 치우고, 복도와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낙상 위험 요소를 먼저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밝은 조명을 유지하고 문턱 같은 작은 높이 차이도 표시해 두면 넘어질 걱정을 줄이면서도 활동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낙상 위험 줄이려 집안 환경을 손보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균형 훈련과 함께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이나 보호자가 환자의 기분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혼자 고립되지 않도록 대화와 외출을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 진료를 통해 우울 증상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활동 회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리치료나 운동치료를 통해 균형감각과 하지 근력을 키우는 것도 권장된다. 보행 보조기구나 지팡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넘어질 걱정을 덜면서도 외출이나 집안일을 이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가족이나 치료사와 함께 움직이는 연습을 하다가 점차 혼자서도 안전하게 움직이는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평소보다 자주 휘청거리거나 실제로 넘어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혹은 넘어질까 봐 집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하거나 평소 하던 집안일조차 피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신경과나 재활의학과를 찾아 균형 능력과 정서 상태를 함께 점검받아 보는 것이 좋다. 조기에 상담을 받으면 활동 회피가 굳어지기 전에 적절한 관리 방법을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