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먼저 알아채는 걸음걸이 변화가 파킨슨병의 이른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손목이나 발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보행 속도와 보폭, 팔 흔들림 등을 분석해 파킨슨병 초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떨림과 근육 경직, 느린 움직임 등이 대표 증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증상이 뚜렷해지기 훨씬 전부터 뇌 신경세포 손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초기 단계를 구분하기 어렵고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자들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에 주목하고 있다.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가 내장된 손목시계형 또는 발목 착용형 기기는 걸음 속도, 보폭의 좌우 균형, 팔 흔들림의 규칙성 등을 초 단위로 기록할 수 있어 미세한 보행 변화를 데이터로 남길 수 있다.
대한신경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웨어러블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해 파킨슨병 위험군을 가려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병원에서 짧게 이뤄지는 보행 검사와 달리 일상생활 속에서 장기간 수집된 데이터는 증상의 변동성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행 데이터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센서 [그림=메디닉스DB]
이런 방식으로 조기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면 약물 치료나 재활 운동을 더 이른 시점에 시작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파킨슨병은 아직 완치 방법이 없지만 조기에 관리를 시작하면 일상생활 기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장점은 병원 방문 없이도 자연스러운 일상 속 걸음걸이를 반복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실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짧게 걷는 것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보행 이상도 며칠, 몇 주에 걸친 데이터 축적을 통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반 예측 연구가 아직 상용화된 진단 도구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마다 걸음걸이 특성 차이가 크고, 관절염이나 척추 질환 등 다른 원인으로도 보행 이상이 나타날 수 있어 데이터만으로 파킨슨병을 확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웨어러블 기반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위험군을 포함한 대규모 집단에서 수년에 걸쳐 데이터를 축적하고 실제 진단 결과와 비교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임상 현장에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행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는 진료 장면 [그림=메디닉스DB]
관련 학회는 웨어러블 데이터가 보조적인 선별 도구로 활용될 잠재력은 있지만 최종 진단은 여전히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상 신호가 감지되더라도 곧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평가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층이라면 이런 연구 흐름에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보행 변화 외에도 후각이 둔해지거나 잠꼬대가 심해지는 등의 수면 이상, 변비 같은 증상이 파킨슨병의 전조로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스스로 걸음걸이 변화를 관찰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폭이 눈에 띄게 좁아지거나 팔 흔들림이 줄고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미루지 말고 신경과를 방문해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