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지방은 모두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흔히 체중 증가와 연결되는 백색지방이 에너지를 저장한다면 갈색지방은 에너지를 태워 열을 만든다. 이 갈색지방의 활동이 심혈관·대사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0월 14일 발표를 통해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로사르탄이 갈색지방의 활동을 높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록펠러대 등이 참여한 연구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대규모 환자 의료자료 분석에서 얻은 단서를 세포 및 동물실험으로 확인하는 접근을 택했다.
갈색지방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해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조직이다. 성인에서는 목과 쇄골 주변을 비롯한 여러 부위에서 관찰된다. 연구진은 암 진료 과정에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PET/CT)을 받은 환자 10만 명 이상의 영상과 진료기록을 분석해 갈색지방의 존재 및 활동과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살폈다.
분석 결과 갈색지방의 활동성이 높은 환자에게서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이 상대적으로 적게 관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불안과 우울증 진단이 적게 나타나는 연관성도 확인했다. 이는 기존에 주로 심장과 혈당 관리 측면에서 주목받던 갈색지방이 다른 건강 지표와도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관성과 원인 사이의 구분이다. 갈색지방이 많아서 질병이 예방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암 환자의 영상검사 자료가 일반 인구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이와 질환, 약물, 생활습관 같은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진은 의료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혈압약 복용자에게 갈색지방 활동성이 높게 나타나는 신호를 발견했다. 이후 이 계열 약물인 로사르탄을 갈색지방 세포에 적용해 대사 활성 증가를 관찰했고, 생쥐 실험에서도 에너지 소비량과 산소 사용량 등이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흥미로운 점은 로사르탄이 갈색지방에 작용하는 경로가 혈압을 낮추는 작용과 구분된다는 것이다. 향후 혈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갈색지방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치료법을 연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는 기초·관찰 연구 단계로,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고 곧바로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실험동물에서는 에너지 소비 증가가 관찰됐지만 체중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근거로 로사르탄을 다이어트 약으로 사용하거나 정상 혈압인 사람이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미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도 갈색지방 관련 보도만 보고 약을 바꾸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약물 선택은 혈압 수준, 신장 기능, 다른 질환과 복용약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효과가 발견되더라도 기존에 입증된 치료 목적과 안전성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익숙한 약물과 비교적 덜 알려진 인체 조직을 연결해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갈색지방의 역할을 이해하는 일이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정신건강 연구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실험실에서 발견한 가능성이 실제 진료 현장의 치료법이 되기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