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가 자신의 뇌파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인공지능과 대화하면서 발작 탐지 결과를 직접 수정하는 새로운 의료기기 개념이 연구 결과로 제시됐다. 환자의 피드백을 알고리즘에 반영했더니 잘못된 발작 경보가 크게 감소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은 10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환자와 인공지능의 양방향 뇌전증 관리 플랫폼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에는 대학병원 뇌전증 모니터링 병동에 입원해 지속적인 뇌파 검사를 받던 성인 환자 13명이 참여했다. 두 명은 두개강 내 뇌파 검사를, 나머지 11명은 두피 뇌파 검사를 받고 있었다.
기존 뇌파 모니터링 기술은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전달하거나 발작 위험을 경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연구의 차이는 환자가 데이터의 수동적인 관찰 대상이 아니라 알고리즘 학습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구축한 시스템은 병원의 실시간 뇌파 데이터를 보안이 적용된 클라우드 환경에서 분석한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환자에게 전달했다. 시스템은 발작 가능성뿐 아니라 수면 단계, 뇌파의 변화, 항경련제 관련 정보 등을 분석했다. 환자는 AI 채팅 화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질문하거나 발작 알림이 실제 발작이었는지, 잘못된 경보였는지를 직접 표시할 수 있었다.
연구에서 환자 피드백을 활용해 발작 탐지 모델을 다시 조정한 결과 거짓 경보는 80.9% 감소했고, 탐지 성능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F1 점수는 158.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의료진이 모든 데이터를 직접 표시하지 않더라도 환자가 제공한 정보만으로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체 연구 대상자가 13명에 불과하고 단일 의료기관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소규모 관찰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알고리즘 재학습 역시 실제 환자에게 수정된 모델을 즉시 적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모사한 분석 방식으로 평가됐다. 연구진 역시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 잘못된 AI 응답에 대한 관리 체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의료 AI의 역할이 단순한 판독 보조에서 환자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웨어러블 심전도나 혈당측정기, 수면기기처럼 장시간 데이터를 생성하는 의료기기에서도 환자가 증상이나 생활 상황을 직접 입력하면 기기가 환자 개인의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향후 핵심은 AI가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정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빠르게 찾아내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환자 스스로 제공하는 임상 정보가 의료 AI의 성능 향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출처
Nature Medicine, Human–artificial intelligence collaboration for comanaging epilepsy in real time, 2026년 10월 1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