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이 뻑뻑하거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뇌 안에서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혈액, 날숨, 목소리에 이어 눈물 속 성분을 분석해 이런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려는 연구가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경퇴행성질환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났을 때는 이미 신경세포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뇌척수액 검사나 양전자단층촬영 같은 기존 진단법은 정확도는 높지만 검사 과정이 침습적이거나 비용 부담이 커 반복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의료계와 연구계는 몸에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체액을 활용한 조기진단법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혈액 속 특정 단백질을 측정하거나 날숨에 섞인 휘발성 물질을 분석하고,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패턴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눈물은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롭게 떠오른 후보로 꼽힌다.
눈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채취가 간단하고 반복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눈물샘과 눈 표면 신경은 뇌신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눈물 성분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가설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전용 종이를 눈꺼풀 안쪽에 살짝 대는 방식으로 통증 없이 소량의 눈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눈물 채취는 통증 없이 간단하게 이뤄진다 [그림=메디닉스DB]
국내외 연구진은 눈물 속에서 파킨슨병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특정 단백질이나 신경 손상과 연관된 대사물질을 찾아내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체액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 동향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등 학계 내 관심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눈물 바이오마커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눈물의 양이 매우 적어 분석에 필요한 시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채취 방법이나 보관 조건에 따라 성분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검사법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해석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혈액이나 뇌척수액을 이용한 기존 바이오마커 연구와 비교하면 눈물을 활용한 연구는 아직 참여 인원이 적고 검증 기간도 짧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체액 지표만으로 질환 여부를 단정하기보다는 영상 검사, 신경학적 진찰 등 기존 진단 수단과 함께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한다.

눈물 성분 분석은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눈물 바이오마커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를 거쳐 특정 물질의 농도 변화와 질환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해야 하고, 검사 결과의 재현성을 높이는 표준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조기진단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 때문이다. 부담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한 체액 기반 검사가 상용화된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위험군을 선별해 생활습관 관리나 조기 진료로 연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로서는 눈물 바이오마커 검사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단계는 아니므로 관련 소식을 접할 때는 과도한 기대보다는 연구 동향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손 떨림, 걸음걸이 변화,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눈물 검사를 기다리기보다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평소 미세한 손 떨림이나 표정 변화, 반복되는 건망증 등이 눈에 띄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정기적인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변화를 꾸준히 확인하는 습관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