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노인 중 일부는 손을 씻거나 옷을 입는 등 평소 익숙했던 동작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증상은 운동실행증으로 불리며 치매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져 온 문제로 꼽힌다. 국제 학술지 『OTJR』에 최근 실린 연구에서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운동실행증을 평가할 수 있는 한국어판 검사 도구를 개발하고 그 유용성을 살펴봤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쓰이던 운동실행증 검사 도구는 대부분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치매처럼 서서히 진행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동작 장애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개발된 치매 운동실행증 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국내 문화와 생활 방식에 맞게 다듬은 K-DATE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치매를 앓는 노인 55명과 인지 기능이 정상인 노인 51명 등 모두 106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K-DATE를 적용해 예비 심리측정학적 특성을 살펴봤다. 두 집단 모두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평가였으며, 특정 환자 한두 명의 사례가 아니라 비교적 규모 있는 집단을 통해 검사 도구의 변별력을 확인한 연구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 결과 K-DATE는 치매 노인과 인지 기능이 건강한 노인 두 집단을 구별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군의 평균 점수가 건강한 노인군보다 낮게 측정돼, 치매로 인한 동작 수행 능력의 저하를 검사 도구가 비교적 민감하게 포착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초기 단계의 예비 평가인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해 검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더 폭넓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운동실행증은 근육이나 신경이 손상되지 않았는데도 평소 해 오던 동작을 순서대로 수행하거나 손짓을 따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칫솔질이나 옷 입기, 물건 사용하기처럼 일상에서 반복해 온 익숙한 행동도 갑자기 서툴러지거나 순서가 뒤바뀌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동작 모방 검사 중인 환자의 손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치매 환자에서 운동실행증이 나타나면 식사나 세면, 옷 입기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돌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런데도 기억력 저하처럼 눈에 잘 띄는 증상에 비해 동작 장애는 상대적으로 늦게 발견되거나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겨지기 쉽다.
평소 집안에서 가족이 손짓이나 도구 사용을 따라 하지 못하거나, 익숙했던 집안일 순서를 자꾸 헷갈려 한다면 단순한 부주의로 넘기지 말고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옷의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숟가락질, 빗질 같은 간단한 동작조차 어색해진다면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운동실행증은 혼자서 진단하기 어려운 증상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을 찾아 인지 기능과 함께 동작 수행 능력을 함께 평가받는 것이 좋다. 정확한 평가는 이후 재활 치료나 일상생활 훈련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족 중 치매를 앓는 노인이 있다면 단순한 인지 검사뿐 아니라 손동작이나 도구 사용 능력을 함께 살펴보는 평가를 받아 보는 것이 좋으며, 일상에서는 동작을 여러 단계로 나눠 천천히 보여 주고 반복해서 연습할 기회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