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잘 들리지 않아 텔레비전 소리를 계속 키우거나,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대화를 따라가기 힘들어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면 난청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난청은 보청기나 인공와우 같은 보조기기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손상된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를 직접 되살리는 유전자치료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청력 저하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귀 안쪽 달팽이관에는 소리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유모세포가 존재한다. 이 세포는 매우 정교하지만 소음, 노화, 특정 약물, 감염 등으로 한번 손상되면 다시 자라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류나 어류는 유모세포가 손상돼도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이 재생 능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난청은 대부분 되돌릴 수 없는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진은 유모세포 발생과 분화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달팽이관에 전달해 새로운 유모세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유전자치료를 연구하고 있다. 배아 발생 과정에서 유모세포로 분화하도록 이끄는 신호 경로를 인위적으로 다시 활성화시켜, 손상된 부위 주변의 지지세포를 유모세포로 전환하려는 접근이 대표적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기존 치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전자를 달팽이관까지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이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연구진은 안전성이 비교적 잘 알려진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목표 유전자를 유모세포 주변 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침습으로 내이에 접근할 수 있는 전달 경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전달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유모세포 재생 유전자치료 연구가 진행 중 [그림=메디닉스DB]
동물실험에서는 유전자 전달을 통해 일부 유모세포가 새로 생겨나고, 이에 따라 청력 반응이 부분적으로 개선되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새로 생긴 세포가 기존 유모세포만큼 정교하게 기능하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상태다.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선천성 난청과 후천성 난청,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은 발생 원인과 손상 양상이 서로 달라 치료 반응도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손상 부위와 손상이 진행된 정도, 손상이 일어난 시점 등에 따라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연구진은 어떤 유형의 난청에 이 접근법이 가장 적합한지도 함께 탐색하고 있다. 모든 난청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내이는 구조가 매우 미세하고 복잡해 시술 과정에서 자칫 청력이나 평형 기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며, 안전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관련 학계에서는 임상 적용에 앞서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장기 추적 관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난청 치료는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그림=메디닉스DB]
그럼에도 이러한 연구는 그동안 보조기기로 청력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난청 치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보청기나 인공와우는 소리를 증폭하거나 전기 신호로 대신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유전자치료는 손상된 세포 자체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난청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난청 진단을 받은 경우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보조기기나 재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관리 방법이다. 소음이 심한 환경을 피하고, 이어폰 사용 시 음량과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등 생활 속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유전자치료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치료를 통해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한쪽 귀에서만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되도록 빨리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청력 이상을 느꼈을 때 방치하지 않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