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판정을 받은 환자가 다시 눈앞 사물의 윤곽이라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망막에 전자 칩을 이식해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시신경에 전달하는 인공망막, 이른바 바이오닉 아이 연구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망막 시스템은 대개 특수 안경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와 눈 속에 이식하는 미세 전극 칩으로 이뤄진다.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에 남아 있는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뇌는 이를 빛의 점과 명암 형태로 인식하게 되는 원리다.
이 기술이 주로 겨냥하는 질환은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망막색소변성증과 노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황반변성이다. 두 질환 모두 시신경과 뇌의 시각 처리 경로는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인공 자극으로 시각 정보를 전달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다만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망막은 컬러 영상이 아니라 명암과 윤곽 정도를 구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극 수가 늘어날수록 해상도는 높아지지만, 눈 속에 삽입할 수 있는 칩의 크기와 전력 공급, 발열 문제에는 한계가 있어 기술적 균형점을 찾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광유전학을 활용한 접근법도 주목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유전자 전달 기술로 망막 신경세포가 특정 파장의 빛에 반응하도록 만든 뒤, 특수 고글을 통해 빛 자극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자 칩을 몸속에 이식하는 수술보다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광유전학 기반 시각 자극 연구 장면 [그림=메디닉스DB]
손상된 광수용체 세포 자체를 되살리려는 줄기세포 기반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는 세포 치료와 전자 임플란트 방식을 서로 보완적인 기술로 보고, 환자의 실명 원인과 남아 있는 시신경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공망막 이식은 고난도 안과 수술과 장기간의 시각 재활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식이 끝난 뒤에도 환자가 새롭게 입력되는 시각 신호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전문 재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대학병원과 연구기관이 인공망막 관련 임상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다. 다만 상용화된 제품이 국내에 폭넓게 보급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임상 자료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임상 적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상담 과정 [그림=메디닉스DB]
해외에서도 여러 연구팀과 의료기기 업체가 인공망막의 해상도를 높이고 이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간 사용 시 안정성과 이식 부위 감염, 전자 부품 내구성 등에 대한 후속 검증이 여전히 진행 중인 단계로 평가된다.
인공망막 이식이 모든 실명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시신경과 뇌로 이어지는 시각 경로가 어느 정도 살아 있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안과 전문의의 정밀 검사를 통해 적응증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비용 부담과 이식 후 관리 문제도 실제 보급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고가의 장비와 수술비, 정기적인 점검 및 배터리 교체 등 유지 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일부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이나 황반변성 등으로 시야가 점차 좁아지거나 야간 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가까운 안과를 찾아 정밀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원인을 파악해두면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는 물론, 향후 인공망막 등 새로운 치료법의 적용 가능성도 미리 상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