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들어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이른 시점부터 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해마다 새로 백신을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 번 접종으로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오랫동안 대응할 수 있는 이른바 유니버설 독감백신 연구가 학계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독감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사람 세포에 달라붙어 감염을 일으키는데, 이 부위는 변이가 매우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다 보니 기존 백신을 접종해도 새로운 변이주에는 방어력이 떨어질 수 있어 매년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해 각국에 백신 조성을 권고한다. 이 예측이 실제 유행주와 잘 맞아떨어지면 백신 효과가 높지만, 예측이 빗나가는 해에는 접종을 하고도 감염을 막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런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것이 유니버설 독감백신이다. 매년 유행주를 예측해 조성을 바꾸는 대신,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부위를 표적으로 삼아 한 번 접종으로 장기간 폭넓은 방어력을 갖추도록 설계하는 백신을 뜻한다. 이론상 실현되면 독감백신 접종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차세대 독감백신 후보물질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림=메디닉스DB]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방향 중 하나는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에서 변이가 잦은 머리 부분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구조가 잘 바뀌지 않는 줄기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 부위는 여러 독감바이러스 아형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여기에 반응하는 항체를 유도하면 다양한 변이주에 동시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바이러스 표면이 아닌 내부에 있는 보존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접근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항체보다는 감염된 세포를 직접 찾아내 제거하는 T세포 면역반응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항체 중심의 기존 백신과는 작용 원리 자체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메신저리보핵산 기반 플랫폼이나 나노입자 기술을 활용해 여러 독감바이러스 아형의 공통 항원을 한꺼번에 제시하는 이른바 모자이크 형태의 백신 후보도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메신저리보핵산 기술이 독감 분야 연구에도 적용되면서 개발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런 후보물질 대부분은 아직 초기에서 중기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는 수준으로, 실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범위한 방어력을 보이더라도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기존 백신과 비교해 안전성에 차이는 없는지 등을 장기간에 걸쳐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고위험군은 독감백신을 제때 맞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연구기관을 비롯한 여러 해외 공공연구소와 대학이 유니버설 독감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이 관련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차세대 백신 기술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니버설 백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다가오는 이번 겨울 독감 시즌에는 현재 사용되는 계절독감백신을 제때 접종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특히 영유아와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감염 시 합병증 위험이 높아 우선 접종 대상으로 꼽힌다.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손씻기와 기침예절 같은 기본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10월에서 11월 사이 접종하면 유행 시기 전에 충분한 면역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열과 근육통, 극심한 피로감 등 증상이 나타나면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