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며칠 안 된 아기를 안고 소아과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하지만 신생아와 영유아에게서 들리는 심장 잡음의 상당수는 심장 구조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나타나는 생리적인 소리로 알려져 있다. 이런 잡음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선천성 심장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잡음은 심장이 뛰면서 혈액이 심장 안팎의 혈관과 판막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와류음이 청진기에 잡히는 현상이다. 아기의 심장은 성인보다 심박수가 빠르고 흉벽이 얇아 소리가 비교적 잘 전달되기 때문에, 건강한 아기에게서도 잡음이 들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잡음은 순수 잡음 또는 기능성 잡음이라고 불리며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 전문 학회에 따르면 영유아 검진 과정에서 발견되는 잡음의 대다수는 이러한 무해성 잡음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해성 잡음은 아기가 울거나 열이 나거나 빈혈이 있을 때 혈류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뚜렷하게 들리기도 하며, 아기가 안정된 상태에서는 소리가 작아지거나 들리지 않기도 한다. 학회는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잡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심장 구조 자체에 이상이 있어 나타나는 병적 잡음도 존재한다. 심실중격결손이나 동맥관개존증처럼 심장 벽이나 혈관에 구멍이 있거나 판막이 좁아진 경우, 혈류가 비정상적인 경로로 흐르면서 잡음의 크기가 크고 거칠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밀한 검사를 통해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기 심장 잡음은 청진 과정에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림=메디닉스DB]
부모가 눈여겨봐야 할 신호는 잡음 자체보다 아기의 전반적인 상태다. 수유 중에 자주 숨이 차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 수유량이 눈에 띄게 줄고 체중이 잘 늘지 않는 경우, 입술이나 손톱 주변이 파랗게 보이는 청색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평소보다 유난히 숨소리가 거칠거나 호흡수가 빨라지는 경우, 잘 놀다가도 쉽게 지치고 축 처지는 경우, 반복적으로 호흡기 감염을 앓는 경우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신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생후 수개월 이내 아기에게 이런 증상이 겹쳐 나타난다면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앞당기는 것이 안전하다.
진단 과정에서는 우선 소아과 전문의가 청진을 통해 잡음의 위치와 세기, 시기를 확인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한다. 심장초음파는 방사선 노출 없이 심장 구조와 혈류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검사로, 심장 판막이나 벽에 이상이 있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 결과 특별한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무해성 잡음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담당 의료진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권한다면 권고된 시기에 맞춰 재진을 받는 것이 좋으며, 임의로 검사나 진료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장초음파로 잡음 원인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진단되는 경우에도 최근에는 조기 발견과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상당수가 정상적인 성장과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관리되고 있다. 정기적인 소아 심장 전문의 진료와 필요한 시술을 통해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자라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된다. 잡음이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전문의의 설명을 차분히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일상에서는 수유 속도와 양, 체중 증가 추이, 호흡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고 이상 소견이 보이면 메모해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영유아 건강검진 일정을 놓치지 않고 챙기고, 진료 과정에서 잡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떤 종류의 잡음인지, 추적 관찰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