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고령층에서만 갑자기 시작되는 질환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실제 위험은 중년기부터 오랜 시간 축적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7월 15일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감소를 위한 개정 지침을 발표하며, 알려진 위험요인을 적절히 관리할 경우 치매 발생의 최대 45%를 예방하거나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2019년 이후 축적된 연구를 반영해 생활습관뿐 아니라 만성질환과 청력, 환경, 사회적 관계까지 관리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WHO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신체활동이다. 걷기와 근력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움직임은 혈압과 혈당, 체중을 관리하고 뇌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일상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이 중요하다. 흡연을 중단하고 음주량을 줄이며 채소와 통곡물, 생선 등을 고르게 섭취하는 식습관도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기본 생활관리로 제시됐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을 방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질환은 특별한 통증 없이 혈관을 손상시키고 뇌로 가는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도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를 미루면 수년 뒤 뇌혈관질환과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함께 커질 수 있다.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지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청력 저하에 대한 내용이다. 대화를 잘 듣지 못하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뇌가 소리를 해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청력 손실을 방치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치매 위험 감소 전략의 하나로 제시됐다. TV 소리를 계속 높이거나 여러 사람이 말할 때 내용을 놓치는 일이 잦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청력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계와 인지 자극도 중요하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글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활동, 가족·친구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습관은 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혼자 사는 것 자체보다 원하지 않는 고립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역 모임과 취미활동, 자원봉사처럼 자연스럽게 사람과 연결되는 일정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라는 권고도 새롭게 포함됐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장시간 야외운동을 피하고 실내 환기 시간을 조절하며,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간접흡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환경 위험을 모두 피할 수는 없지만, 장기간 노출을 줄이는 작은 선택은 뇌 건강을 보호하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WHO는 결핍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비타민 B군과 비타민 E, 오메가3, 종합비타민을 치매 예방 목적으로 일률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았다. 특정 영양제 하나가 운동과 만성질환 관리, 사회활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양제는 식사를 보완하는 수단일 뿐 치매 예방을 보장하는 방법은 아니다.

치매 예방은 기억력이 떨어진 뒤 시작하는 특별한 관리가 아니다. 혈압과 혈당을 확인하고 귀가 잘 들리는지 살피며, 몸을 움직이고 사람과 대화하는 평범한 생활이 장기적인 뇌 건강을 좌우한다. 최근 약속을 반복해서 잊거나 익숙한 업무가 어려워지고 길을 찾는 데 혼란이 생긴다면 생활관리만으로 버티기보다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