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52)씨는 최근 정기 건강검진에서 안과 검사를 받다가 예상치 못한 설명을 들었다. 눈 속 망막을 찍는 안저사진 한 장으로 눈 건강은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망막 혈관 모습을 분석해 전신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연구가 최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안저사진은 그동안 당뇨망막병증이나 녹내장, 황반변성 등 눈 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주로 쓰였다. 특별한 통증이나 부담 없이 짧은 시간에 촬영할 수 있어 건강검진에서 흔히 포함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 사진 속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눈이 아닌 다른 신체 기관 상태까지 짐작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망막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혈관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부위로 꼽힌다. 몸속 다른 혈관은 초음파나 조영 검사 등 별도 장비가 필요하지만, 망막 혈관은 안저사진만으로도 굵기와 형태, 분포를 비교적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망막 혈관을 전신 혈관 건강을 들여다보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안저사진 자료를 학습해 사람 눈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미세한 패턴을 찾아낸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구불구불해진 정도, 혈관 두께의 좌우 균형, 출혈이나 미세한 변형 흔적 등이 분석 대상이 된다. 이런 특징들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혈관 노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심혈관질환 위험을 짐작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망막 혈관 패턴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관련 연구에서는 인공지능이 안저사진만으로 추정한 이른바 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와 차이를 보이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런 결과는 아직 여러 연구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되는 과정에 있으며, 개인의 진단 결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한안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안저사진을 활용한 전신질환 예측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검사가 단순히 시력이나 눈 질환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혈압이나 혈당 관리처럼 심혈관 건강을 함께 살피는 보조 도구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인종이나 나이, 기저질환 여부에 따라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로서는 병원에서 확진이나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활용되는 정식 진단 도구는 아니다.

검진 결과를 두고 의료진과 상담하는 장면 [그림=메디닉스DB]
이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언급된다. 안저사진 촬영은 채혈이나 조영제 주사 없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만큼, 심장 정밀검사 장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비교적 쉽게 심혈관질환 위험군을 걸러내는 선별 검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동시에 개인 건강정보를 대량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특성상 자료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대규모 임상 검증과 함께, 결과 해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안저사진 인공지능 분석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심혈관질환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등 기존 건강검진 항목을 꾸준히 관리하고, 안과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안과나 심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필요한 추가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