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고 해가 눈에 띄게 짧아지는 요즘, 저녁 6시만 지나도 어두워져 하루 전체의 생활 리듬이 흔들리기 쉬운 시기입니다.
최근 심현섭 아기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신생아를 돌보는 부모들의 수면 고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밤중 수유와 기저귀갈이로 생긴 얕은 잠을 다들 겪는 통과의례로만 생각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수면의 양이나 질에 대한 어려움이 길게 이어진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임상적인 불면증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방치된 밤잠 부족, 몸에 남기는 흔적
밤잠을 설치는 날이 며칠 반복되는 정도라면 다음 날 피로가 쌓이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 몇 주, 몇 달씩 이어지면 신체 회복과 정서 조절 기능이 함께 떨어집니다.

늦은 밤 소파에 지친 채 앉아 목을 짚는 30대 여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특히 불면증과 우울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후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약 2배 가까이 높다는 분석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1]
집중력 저하, 짜증, 육아에 대한 자신감 저하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피로감이 2~3주 이상 풀리지 않는다면 단순 수면 부족과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엉킨 수면 리듬이 생기는 배경
신생아를 돌보는 시기에는 아이의 수유 주기에 맞춰 밤낮없이 깨야 하다 보니, 보호자의 생체시계 자체가 불규칙해지기 쉽습니다. 여기에 해가 짧아지는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 햇빛을 쬐는 시간이 줄어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리듬이 더 쉽게 흔들립니다.

잠들기 전 뒤엉킨 습관을 보여주는 밤 머리맡 탁자의 사물들 /사진=AI 생성 이미지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걱정과 긴장도 한몫합니다. 지금 자야 하는데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자체가 각성을 높여 다시 잠들기 어렵게 만드는 고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긴장성 각성은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입니다.
잠들기 어려움에서 새벽각성까지, 달라지는 양상
임상에서 불면증은 잠들기 어려움, 자주 깨는 증상, 다시 잘 기회가 있어도 새벽에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새벽각성 세 가지를 대표 증상으로 봅니다.

새벽에 천장을 바라보며 뒤척이는 20대 후반 남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국내 의학 학술지의 종설을 보면, 이런 수면 문제가 최소 3개월 동안 일주일에 3일 이상 나타나고 일상이나 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일 때 불면증으로 진단합니다.[2]
이 기준에서 핵심은 최소 3개월, 일주일에 3일 이상이라는 지속 기간과 빈도입니다. 초기에는 하루이틀 설치다 금방 회복되지만, 방치되면 특정 시간대만 되면 긴장하는 패턴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 무엇이 나에게 맞을까
해외 수면장애 진료 지침은 성인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인지행동치료를 가장 강한 수준으로 권고하며,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도 같은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3]

규칙적인 수면과 흐트러진 수면 상태를 좌우로 비교한 설명 그림 /사진=AI 생성 이미지
약물은 인지행동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보조적으로 고려하는 선택지입니다. 매주 일정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보호자라면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혼자 실천하기보다 전문가와 직접 대화하며 조정받고 싶다면 대면 상담이 더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인지행동치료는 매주 상담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몇 주간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에서는 왜 약물 처방이 먼저 나올까
국회 토론회 자료를 보면, 불면증 진료의 원칙은 인지행동치료이지만 실제로는 의사의 57%가 약물을 처방하고 37% 정도만 수면 교육을 제공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고, 인력 부족과 상담 시간 제한,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꼽혔습니다.[4]

처방 약과 물컵을 담은 정물로 표현한 약물 치료 우선 상황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 조사 결과는 치료 원칙과 실제 진료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진료를 받으러 가기 전에는 해당 의료기관이 인지행동치료 상담을 운영하는지, 상담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인지 비급여 항목인지 미리 확인해두면 진료 당일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첫 진료에서는 보통 2주 정도의 수면 패턴을 적은 수면일기나 설문지를 바탕으로 문진이 이뤄지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검사 여부를 안내받는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수면일기는 진료 며칠 전부터 메모지에 손으로 적어가도 충분합니다.
진료가 필요한 시점
- 수면 문제가 3개월 넘게, 주 3회 이상 이어질 때
- 낮 동안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로 일상이나 육아에 지장이 생길 때
- 짜증이나 우울감이 함께 나타나고 2주 이상 이어질 때
- 수면제나 수면 보조제를 스스로 늘려서 먹게 될 때
특히 수면제를 처방받지 않고 임의로 늘려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위 항목에 해당한다면 수면 문제의 원인을 확인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불면증 진료 앞두고 궁금한 점들
신생아 양육기의 수면 부족과 관련해 자주 나오는 질문을 짧게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