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삼십 분을 넘기면 다리가 먼저 반응하지 않나요? 발끝을 까딱거리거나 펜을 돌리지 않으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버거워지는 분도 있습니다. 특히 환기가 안 되고 건조한 회의실에서는 「회의 중 다리를 떨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해요」라는 말이 유독 자주 나옵니다. 단순한 버릇으로 넘기기 전에, 어떤 조건에서 왜 더 심해지는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기 힘든 순간, 유독 겹치는 조건
다리를 떠는 행동 자체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특정 자리와 시간대에서 반복적으로 심해진다면 단순한 버릇으로만 보기는 부족합니다.
어릴 때 교실에서 자리를 자주 뜨거나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 회의나 긴 강의처럼 움직임이 제한된 자리에서 유독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는 사람, 발표 준비나 마감이 겹치는 시기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사람이 특히 눈여겨볼 대상입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서는 어릴 때 ADHD 증상을 보였던 아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성인이 된 뒤에도 비슷한 증상을 이어간다고 설명하며, 성인 ADHD는 불안이나 우울 같은 다른 어려움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안내합니다.[1]
성인기에는 과잉행동이 겉으로 드러나는 큰 몸동작보다 다리 떨기, 손가락 두드리기처럼 작은 움직임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환절기 회의실 공기가 안절부절함을 키우는 이유
같은 사람이라도 계절과 공간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날씨가 자주 바뀌는 환절기에는 실내외 온도차가 크고, 건물마다 난방과 냉방을 켜고 끄는 시점이 달라 회의실 공기가 유독 탁해지기 쉽습니다.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한 시간 넘게 머물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이는 졸림과 함께 묘한 각성 상태, 몸은 처지는데 신경은 예민해지는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다리를 떨거나 손을 움직여야 겨우 집중이 유지되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이상으로 올라간 날은 창문을 닫아 두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기 부족 문제가 더 겹치는 날이기도 합니다.
건조한 공기도 영향을 줍니다. 난방을 세게 켠 겨울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창을 닫아 두는 환절기에는 실내 습도가 30%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흔한데, 이런 환경에서는 코막힘과 눈 가려움이 겹치면서 잠을 설치기 쉽고, 수면의 질이 떨어진 상태는 다음 날 낮 동안의 충동성과 안절부절함을 더 키우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수면 부족과 건조한 실내 환경이 겹치는 날일수록 회의 중 다리 떨림이 유난히 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점검해보는 체크 목록
아래 항목 중 서너 개 이상에 해당하고, 그 빈도가 환절기나 공기가 탁한 날 유난히 심해진다면 환경 요인과 증상의 연관성을 좀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회의나 수업 시작 10분이 지나면 다리나 손을 움직이지 않고는 버티기 어렵다
- 실내 온도가 평소보다 2~3도만 높아져도 유난히 답답하고 조급해진다
- 환기가 안 된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물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 건조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코막힘·눈 가려움과 함께 안절부절함이 함께 나타난다
- 어릴 때도 수업 중 자리를 이탈하거나 손장난이 잦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내 환경, 단계별로 손보는 방법
환경을 조금씩 손보는 것만으로도 안절부절함의 정도는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환기 주기를 정해 두는 것입니다. 창문을 열기 어려운 날에도 두 시간마다 5분씩 환기하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내 습도는 40~60%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데, 건조한 날에는 가습기를 틀어두거나 물을 담은 그릇을 라디에이터 근처에 두는 것만으로도 체감 습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이내로 맞추면 몸의 각성 상태가 덜 흔들립니다.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인 날에는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공기가 비교적 좋아지는 시간대를 골라 짧게라도 창문을 여는 방식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회의나 강의처럼 자리를 뜰 수 없는 시간이 길게 예정돼 있다면, 시작 전 10분 정도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몸을 움직여 미리 각성 수준을 조절해 두면 자리에 앉았을 때 다리를 떠는 정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관리법 선택
환경을 손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처럼 상황을 나눠 접근법을 다르게 잡아보는 쪽이 도움이 됩니다.
환절기나 탁한 공기에서만 유난히 심해진다면 환경을 먼저 손보는 쪽이 맞고, 계절이나 공간과 상관없이 늘 비슷한 정도로 안절부절하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쪽이 더 맞습니다.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종설에서는 성인 ADHD에 흔히 쓰이는 약물들이 비교적 안전한 첫 치료 선택으로 소개되며, 용량을 충분히 늘렸을 때는 성인에서도 소아와 비슷한 수준의 반응을 보인다고 정리합니다.[2]
다만 환경을 아무리 손봐도 증상이 거의 줄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환경만 바꿨을 뿐인데 체감 변화가 꽤 큰 사람도 있어 반응의 폭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방법이 모두에게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