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학철, 다시 떠오르는 오래된 수두 기억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말이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는 수두 소식이 하나둘 들려옵니다. 여름방학 동안 뜸했던 단체 생활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밀접 접촉을 통한 전파 기회도 함께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이 무렵 부모님과 성인 환자 모두에게서 어릴 때 수두를 앓았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검사로 알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질병관리청 주간 건강과 질병 보고에 따르면 최근 수두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앓은 감염병은 성인이 된 뒤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2023년 수두 신고는 26,964건으로 2022년 18,547건 대비 45.4% 증가했으며, 수두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했습니다.[1]
왜 접종 기록은 있어도 감염 기억은 없을까
국가예방접종 등록시스템에는 백신 접종 이력이 남지만, 자연적으로 앓고 지나간 수두는 별도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가볍게 지나가면 감기나 알레르기성 발진으로 여겨져 진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본인이나 보호자의 기억에만 의존하게 되는데, 수두를 앓은 나이가 대개 미취학 아동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스로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항체 검사는 무엇을, 어떤 원리로 측정할까
혈액 속 IgG 항체는 몸이 특정 바이러스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뒤 만들어져 오래 남는 면역 단백질입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 항체 검사는 효소면역측정법(ELISA) 방식으로 혈청 속 IgG 항체가 검사 시약의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하는 정도를 흡광도로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이 결합 정도는 index 수치로 환산되어 결과지에 표기되며, 자연 감염과 예방접종 중 어느 쪽으로 생긴 항체인지까지 구분해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 정맥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합니다.
- 혈청을 분리해 VZV 항원이 코팅된 검사 시약과 반응시킵니다.
- 결합량을 흡광도로 측정해 index 수치를 산출하고 양성·경계·음성으로 판정합니다.
검사지에 적힌 숫자, 양성·경계·음성은 어떻게 나뉠까
검사기관마다 세부 기준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과는 대개 index 수치를 기준으로 세 구간으로 나뉘어 판정됩니다.
| 판정 | index 수치 | 의미 |
|---|
| 양성 | 1.1 이상 | 과거 감염 또는 접종으로 면역이 형성된 상태 |
| 경계 | 0.9~1.1 미만 | 판정이 애매해 재검사가 필요한 상태 |
| 음성 | 0.9 미만 |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이미 소실된 상태 |
index 수치가 경계 구간에 해당하면 한 번의 검사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2~4주 뒤 재검사해 수치 변화를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기억이 안 난다면, 기록 확인이 먼저일까 항체 검사가 먼저일까
예방접종도우미 시스템에서 접종 이력을 조회하는 방법과, 혈액으로 실제 면역 여부를 확인하는 항체 검사는 서로 다른 정보를 줍니다.
접종 기록이 서류로 명확히 남아 있는 경우에는 이력 확인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지만, 접종과 감염 이력이 모두 불확실한 경우에는 항체 검사로 실제 면역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쪽이 더 맞습니다.
접종을 마쳤다고 해서 완전한 면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
K-VIM 국가코호트 분석에서 수두 돌파감염은 1회 접종군에서 약 9.1%, 2회 접종군에서는 1.3%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입원 없이 외래에서 관리됐습니다.[2]
면역이 없다면, 접종과 검사 시점은 이렇게 계획합니다
항체 검사 결과가 음성이거나 경계로 나왔다면 추가 접종을 고려하게 되는데, 성인은 4주 이상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접종 직후나 최근 감염 직후에는 항체가 일시적으로 낮게 측정될 수 있어, 접종 후 최소 4주는 지난 뒤 검사받는 것이 결과 해석에 유리합니다.
검사 전 별도의 금식이나 준비는 필요하지 않아 일상적인 진료 시간에 채혈만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병원 진료가 필요한 순간과 검사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 수두 환자와 접촉한 경우, 면역억제 치료를 앞둔 경우에는 면역 상태 확인이 필요한 대표적인 상황입니다.
발열과 함께 전신에 물집성 발진이 새로 나타난다면 항체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호입니다.
다만 항체 검사는 체액성 면역, 즉 항체 수준만 보여줄 뿐 대상포진 재활성화를 억제하는 세포매개면역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률과 심각도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매개면역이 나이가 들며 점차 감소하는 것과 관련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커집니다.[3]
따라서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대상포진 예방에는 별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