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볼록하게 부어오르고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반복된다면 간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다 어느 순간 뚜렷해졌다면 간경변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간경변증은 간세포가 오랜 기간 손상을 받으면서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바뀌는 만성질환으로, 한번 진행되면 정상 간 조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간경변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대표적이고 장기간의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도 흔한 원인이다. 최근에는 비만이나 당뇨병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간경변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간학회는 원인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안내한다.
초기 간경변증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병이 진행되면 만성 피로감과 식욕부진,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더 진행되면 복수로 배가 불러오고 다리가 붓는 하지부종이 동반될 수 있다. 식도정맥류 출혈이나 의식이 흐려지는 간성뇌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도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간 기능 수치와 혈소판 수치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으로 간의 모양과 표면 변화를 살펴보고, 섬유화 정도를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검사를 함께 활용하기도 한다. 진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간조직을 직접 채취하는 간생검을 통해 섬유화 단계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간 초음파로 섬유화와 형태 변화를 확인한다 [그림=메디닉스DB]
간경변증은 완전히 되돌리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원인 질환을 조절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학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이 원인이라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라면 무엇보다 금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복수가 생겼다면 염분 섭취를 줄이고 이뇨제를 사용해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치료가 이뤄진다. 식도정맥류는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베타차단제를 사용하거나 내시경으로 혈관을 묶는 결찰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정맥류가 이미 터져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응급 내시경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간성뇌증이 나타나면 장내 암모니아 생성을 줄이는 약물을 사용하고 식이 단백질 섭취량을 의료진과 상의해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리 방법이다. 의식 저하나 행동 변화가 동반될 수 있어 보호자가 환자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말기 간경변증 환자에게는 간이식이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고려된다.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 간을 이식받거나 가족 등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간 일부를 이식받는 생체 간이식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다만 대기 기간이 길고 수술 후 면역억제제 관리가 필요해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간이식 등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일상에서는 금주와 저염식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짠 음식은 복수와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어 국물류 섭취를 줄이고 가공식품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간 기능 수치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관리 방법이다.
단백질은 무조건 줄이기보다 간성뇌증 여부에 따라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근육량 감소로 이어져 예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영양사와 상담해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배가 갑자기 심하게 불러오거나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를 토하거나 검은 변을 보는 경우, 평소와 다르게 말이 어눌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에는 응급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