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모기에 물린 뒤 며칠에서 몇 주가 지나 갑자기 고열과 오한이 번갈아 나타나고, 두통과 온몸 근육통까지 겹쳐 몸을 가누기 힘들다면 단순한 몸살감기로 넘기지 말고 말라리아 전염 가능성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말라리아는 특정 모기가 매개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으로,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매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의 피부를 물 때 침 속에 있던 원충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면서 전염이 이뤄진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옮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모기라는 매개체를 반드시 거쳐야 감염이 성립한다는 점이 다른 감염병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드물게 수혈이나 오염된 주사기를 통해 전염되는 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 등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얼룩날개모기류가 서식하기 좋은 논과 저수지, 습지가 많아 모기를 통한 전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발생 삼일열 말라리아는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편이지만 방치하면 발열이 반복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반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남미 일부 지역 등 해외 유행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뒤 걸리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고 위중한 양상을 보인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적혈구가 대량으로 파괴되고 간과 신장 기능이 떨어지며, 드물게는 뇌말라리아로 이어져 의식이 흐려지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원충이 적혈구를 파괴해 전신에 영향을 미쳐 [그림=메디닉스DB]
모기에 물렸다고 해서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보통 1주에서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이 시작되지만, 드물게는 몇 달에서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이나 접경지역 방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단순 감기나 과로로 넘기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일이 흔하다.
말라리아의 전형적인 증상은 오한과 고열, 발한이 일정한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것이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48시간 간격으로 열이 오르는 경향이 있고, 열대열 말라리아는 하루걸러 혹은 불규칙한 간격으로 열이 난다. 여기에 두통과 근육통, 메스꺼움, 구토, 전신 무기력감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몸살로 오인되기 쉽다.
특히 어린아이나 임신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상태가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들은 증상이 비교적 가벼워 보이더라도 자가 판단으로 넘기지 말고 발열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라리아가 의심될 때는 혈액검사를 통해 원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이다. 현미경으로 혈액 도말을 관찰하거나 신속진단검사를 함께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 최근 해외여행 여부나 접경지역 방문 경력, 모기에 물린 경험을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주면 진단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혈액검사로 말라리아 원충 감염 여부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진단이 확인되면 원충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항말라리아제를 투여하게 되며,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 큰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는 만큼, 발열이 반복될 때는 자가 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서둘러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방문할 때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입고 노출된 피부에 모기 기피제를 발라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숙소에서는 방충망과 모기장을 활용하고, 모기가 활발히 활동하는 해 질 무렵부터 새벽까지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해외 유행지역을 방문하기 전에는 예방약 복용 여부를 의료기관에서 상담받는 것도 권장된다.
국내 접경지역이나 해외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다녀온 뒤 고열과 오한이 반복되거나 몸살 기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여행 이력과 모기 노출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말라리아는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 안전하게 호전될 수 있는 감염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