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콧물과 기침이 이어지고 몸살까지 겹치면 집에 남아 있던 항생제를 꺼내 먹어볼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만 효과를 내는 약으로, 감기나 독감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항생제 효능을 제대로 보려면 세균 감염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처방받은 용법과 기간을 끝까지 지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막거나 세균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방해해 증식을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세균이라는 뚜렷한 구조를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세포 구조가 전혀 다른 바이러스에는 이런 작용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를 먹어도 열이나 콧물, 기침 같은 증상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감기와 독감, 대부분의 인후염과 급성 기관지염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생제를 복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설사나 복통, 알레르기 반응 같은 부작용 위험만 떠안게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바이러스 질환에 항생제를 임의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세균이 원인으로 확인된 중이염이나 세균성 폐렌선염, 요로감염, 피부 세균 감염 등이다. 콧물이 누런 농성으로 바뀌고 고열이 오래 지속되거나 귀 통증, 소변 시 통증이 동반되면 세균 감염을 의심해 의료진의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세균 감염으로 확진된 뒤에야 항생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세균엔 통하지만 바이러스엔 안 통해 [그림=메디닉스DB]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면 증상이 금방 나아졌다고 느껴도 정해진 기간을 채워 끝까지 복용해야 효능이 제대로 유지된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몸속에 남아 있던 세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다시 증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세균 중 일부가 약에 저항력을 갖춘 내성균으로 바뀔 위험이 커진다.
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균 증가를 국내외 공통의 보건 문제로 꼽고 있다. 내성균에 감염되면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입원 기간이 길어지거나 더 강한 약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내성균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임의로 먹다 남은 항생제를 보관해두고 다음에 비슷한 증상이 생기면 다시 꺼내 먹거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주는 행동도 흔한 오남용 사례로 꼽힌다. 증상과 원인균이 다르면 같은 항생제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내성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항생제는 반드시 자신에게 처방된 것만 정해진 기간에 맞춰 복용해야 한다.
효능을 제대로 보려면 정해진 복용 시간과 간격을 지키고, 공복 또는 식후 복용 여부 같은 약사의 안내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항생제는 음주와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어 치료 기간 중에는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유산균을 함께 복용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복용 시간은 약사와 상의해 간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해진 시간 끝까지 복용해야 효과 [그림=메디닉스DB]
항생제 복용 중 심한 두드러기나 호흡 곤란, 극심한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멈추고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반대로 처방된 기간이 끝났는데도 열이나 통증 같은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임의로 추가 복용을 하지 말고 다시 진료를 받아 원인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열이 사흘 이상 이어지거나 콧물과 가래가 누렇고 걸쭉하게 변하면서 귀 통증, 얼굴 부위 압통, 심한 인후통이 겹치면 세균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자가진단으로 항생제 복용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받는 것이 효능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집에 남은 항생제는 임의로 복용하거나 보관하지 말고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함에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방받은 항생제는 정해진 시간과 기간을 지켜 끝까지 복용하고, 증상이 좋아져도 의료진과 상담 없이 중단하지 않는 습관이 항생제 효능을 제대로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