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끝이 저리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몇 주째 이어지거나, 밤에 유독 증상이 심해져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손발과 팔다리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초신경병증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당뇨병이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신경을 감싸고 있는 혈관이 손상되면서 신경 조직까지 영향을 받아 손발 저림과 통증이 나타난다. 이 외에도 비타민 비12 등 영양소 부족, 과도한 음주, 특정 항암제나 약물 사용, 자가면역질환, 손목이나 팔꿈치 부위의 신경 압박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인을 정확히 찾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통해 신경이 얼마나, 어느 부위에서 손상되었는지 확인한다. 아울러 혈당, 비타민 수치, 갑상선 기능,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하는 혈액검사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다면 신경 조직 일부를 떼어 검사하는 신경 생검이나 영상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압박이나 종양 등 구조적 원인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당뇨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라면 가장 중요한 치료는 혈당을 꾸준히 목표 범위 내로 관리하는 것이다. 혈당이 안정적으로 조절되면 신경 손상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이조절과 운동, 약물치료를 병행해 혈당을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미 나타난 신경 손상이 완전히 되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추가 손상을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다리와 발로 이어지는 말초신경 손상 부위 [그림=메디닉스DB]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함께 이뤄진다. 항경련제나 항우울제 계열 약물이 신경성 통증을 줄이는 데 사용되며, 일반적인 진통제보다 신경통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약물은 졸림,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와 상담을 통해 용량을 조절해야 하며, 임의로 복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약물과 함부로 병용해서는 안 된다.
비타민 비12 등 영양소 부족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해당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채식 위주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나 장기간 특정 약물을 복용한 경우 영양소 부족이 생기기 쉬우므로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한 뒤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신경이 특정 부위에서 눌려 생긴 경우라면 보조기 착용이나 물리치료, 심하면 수술적 치료까지 고려된다.
약물치료 외에 물리치료와 재활운동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근력운동과 균형감각 훈련은 저림으로 인한 보행 불안정이나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손발 마사지나 온열치료가 혈액순환을 도와 일시적으로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신경 손상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손저림 완화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동작 [그림=메디닉스DB]
금연과 금주도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게 강조되는 생활습관이다. 알코올은 신경에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 과도한 음주가 지속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흡연 역시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금연이 신경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당뇨가 있는 사람이라면 발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는 상처나 압박을 스스로 느끼지 못해 작은 상처가 궤양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 매일 발을 씻은 뒤 상처나 변색이 있는지 살피고, 꽉 끼지 않는 신발을 신으며, 맨발로 걷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런 작은 습관이 큰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손발 저림이나 화끈거림이 몇 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범위가 넓어지고 힘이 빠지는 느낌이 동반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신경과나 내분비내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원인에 맞는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수록 신경 손상의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