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다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식은땀이 흐르더니 그대로 쓰러진 경험이 있다면 미주성실신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미주신경성실신이라 부르며, 전체 실신 환자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일시적 현상이지만 쓰러지는 순간 머리나 팔다리를 부딪쳐 다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주신경은 뇌줄기에서 시작해 심장과 혈관까지 이어지는 자율신경의 한 축이다. 이 신경이 특정 상황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심장박동수와 혈압이 동시에 급격히 떨어지면서 뇌로 향하는 혈류량이 순간적으로 줄어든다. 그 결과 의식을 잠깐 잃고 쓰러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미주성실신의 기본적인 발생 기전이다.
오래 서 있거나 더운 곳에 머무를 때, 통증이 심할 때, 채혈이나 주사를 맞을 때, 심한 긴장이나 공포를 느낄 때, 수분이 부족한 상태일 때 증상이 잘 나타난다. 학교 조회시간이나 군대 열병식처럼 장시간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이나 청소년이 쓰러지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쓰러지기 전에는 대개 전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하얗게 또는 캄캄하게 변하며,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리거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으며, 이 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면 완전한 실신을 막을 수 있다.

미주신경이 심장박동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과정 [그림=메디닉스DB]
다만 모든 실신이 미주성실신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정맥 등 심장 자체의 문제로 생기는 심장성 실신은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운동 중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 중 돌연사 병력이 있다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어지러운 기립성저혈압과도 구분이 필요하다.
전조 증상을 느꼈다면 무리하게 버티지 말고 즉시 바닥에 눕거나 자리에 앉아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으로 알려져 있다. 억지로 서 있으려 하면 그대로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치거나 골절 등 2차 손상을 입을 위험이 커지므로, 주변에 있는 사람도 환자를 바닥에 눕히고 다리를 들어 올려주는 것이 좋다.
실신이 반복되거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기립경사테이블검사와 같은 검사를 통해 혈압과 심장박동 변화를 확인하고, 심전도 검사로 부정맥 등 심장 질환 가능성을 먼저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한심장학회 등 관련 학회는 반복적인 실신의 경우 전문의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복되는 실신은 기립경사테이블검사로 원인을 찾는다 [그림=메디닉스DB]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운동 중에 실신이 일어나는 경우, 가족 중 젊은 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병력이 있는 경우라면 단순 미주성실신으로 넘기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 충분한 수분과 염분을 섭취하는 것이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염분 섭취량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한 뒤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리를 가볍게 움직이거나 근육에 힘을 주는 동작으로 혈액이 다리에 고이는 것을 막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질병관리청은 더운 날씨나 탈수 상태에서 실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물과 염분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평소 어지럼이나 식은땀 같은 전조 증상을 느꼈을 때 즉시 눕는 습관을 들이고, 증상이 자주 반복되거나 다쳐서 쓰러진 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