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스마트워치를 차고 운동하던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손목에서 불규칙한 맥박이 감지됐다는 알림을 받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이처럼 평소 증상을 느끼지 못하던 사람이 웨어러블 기기의 심전도 기능을 통해 부정맥을 우연히 발견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상 기기를 조기 진단 도구로 활용하려는 연구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은 초기에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본인도 모르게 방치되기 쉬운 질환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심방세동을 방치하면 혈전이 생겨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에 탑재된 심전도 측정 기능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심전도 측정이 손목에 찬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이뤄질 수 있게 되면서, 무증상 상태의 부정맥을 조기에 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학회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된 대규모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 발생 패턴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조기 이상 신호를 포착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손목에서 심장 신호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그림=메디닉스DB]
웨어러블 기기의 심전도 측정 원리는 손목 피부에 부착된 전극이 심장의 전기적 신호를 직접 읽어내는 방식으로, 빛을 이용해 혈류량 변화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심박수 센서와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전극형 심전도 기능을 갖춘 기기는 심박수만 재는 기기보다 부정맥 감지에 있어 더 정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기기를 활용해 그동안 병원 검사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간헐적 부정맥까지 발견할 수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짧은 시간 병원을 방문해 받는 검사와 달리,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생활 중 장시간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드물게 나타나는 부정맥을 포착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의 심전도 기능이 아직 병원의 정밀 검사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기 오작동이나 손목 움직임, 착용 상태에 따라 잘못된 신호가 기록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 질환이 없는데도 이상 신호로 인식되는 오탐지 사례도 함께 보고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은 병원 정밀 검사로 확인해야 [그림=메디닉스DB]
이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에서 부정맥 의심 알림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심각한 질환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반복적으로 비슷한 알림이 뜨거나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가 판단에 그치지 말고 심장내과 등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의료진은 정확한 부정맥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표준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이상 심장 리듬을 기록하는 홀터 모니터링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웨어러블 기기의 기록은 이런 정밀 검사를 받을지 결정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평소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웨어러블 기기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병원 진단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기기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기록을 저장해 뒀다가 진료 시 의료진에게 보여주고,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정기 검진으로 심장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