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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여름감기로 넘기지 말고 독감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흔히 겨울철에만 유행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계절과 관계없이 산발적인 유행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서히 시작되는 감기와 달리 독감은 발열과 근육통이 하루이틀 사이 급격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구별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특정 계절에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낮은 수준으로 유행을 이어가며 기온이나 습도 조건이 맞으면 여름철에도 소규모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독감이 겨울 질환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이유는 저온건조한 환경에서 바이러스 생존력이 높아지고 실내 밀집도가 커지기 때문인데, 여름철 냉방이 강한 실내 공간 역시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냉방기를 강하게 틀어 놓은 사무실이나 대형 마트, 영화관 등 밀폐된 실내 공간은 온도가 낮고 건조하며 사람이 몰려 있어 겨울철 실내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형성한다. 여기에 남반구 국가처럼 겨울철에 해당하는 지역으로의 여름 휴가나 출장이 늘면서 해외에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어 여름철 독감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름 감기와 독감은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진행 양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일반 감기는 콧물과 코막힘, 인후통 등이 며칠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고 발열이 있어도 미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독감은 38도가 넘는 고열과 오한, 두통, 극심한 전신 근육통이 특별한 전조 없이 하루 이틀 사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기침과 인후통도 함께 동반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고열은 여름 독감의 대표 증상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이러한 고열과 근육통을 여름철 흔한 냉방병이나 열탈진으로 오인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냉방병은 발열 없이 두통과 소화불량, 근육통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열탈진은 고온 환경 노출 이후 발생한다는 점에서 독감과 구별되지만,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자가 진단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영유아와 고령자, 임신부, 당뇨나 심장질환·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계절과 관계없이 독감에 걸렸을 때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여름철이라는 이유로 독감 가능성을 배제하기보다 고열과 근육통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더욱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기저질환 악화를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감 여부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나 유전자 증폭검사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으며,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 학회에서도 계절과 무관하게 고열과 근육통, 오한이 함께 나타나면 인플루엔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에 투여할 때 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열 증상 있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 필요 [그림=메디닉스DB]
독감으로 진단받았다면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기본으로 하면서 의료진이 처방한 항바이러스제를 정해진 기간 동안 복용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해열제를 임의로 과다 복용하기보다는 증상 정도에 맞춰 적절히 사용하고, 무리하게 출근이나 외출을 강행하기보다 충분히 쉬면서 주변으로의 전파를 막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후 손을 비누로 꼼꼼히 씻는 습관을 들이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냉방을 사용할 때는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 밀폐된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냉방으로 인한 피로와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여름철에도 독감에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로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열이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심한 탈수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가 관리에 의존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