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대표 이미지와 본문 그림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메디닉스DB]
아이가 색깔 이름을 자꾸 헷갈려하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아직 다 외우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인식이 흔합니다. 하지만 빨강과 초록, 혹은 파랑과 보라처럼 특정 색 조합에서만 반복적으로 틀린다면 단어 암기의 문제가 아니라 색을 받아들이는 눈과 신경의 차이, 즉 색각이상에서 비롯된 신호일 가능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네다섯 살 무렵 색 이름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색칠 활동을 하다가 선생님이 먼저 특이한 패턴을 짚어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크레파스 색을 서로 바꿔 쓰는 정도로만 보이던 것이 학교 입학을 앞두고 색 구분이 필요한 학습 자료 앞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빨강·초록을 유난히 자주 바꿔 말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색각이상은 성별과 집안 내력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남자아이는 5.9%, 여자아이는 0.4% 정도가 색각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남아 전체로 보면 5~8% 수준까지 폭넓게 보고됩니다.

아이가 초록 크레용을 빨강이라 부르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엄마가 지켜보는 장면 [그림=메디닉스DB]
이렇게 성별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유전 방식에 있습니다. 적색계·녹색계 색각이상, 즉 제1·제2색각이상은 X염색체에 연관된 열성유전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외가 쪽, 특히 어머니가 보인자인 경우 아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제3색각이상이나 모든 색이 흐리게 보이는 단색형색각은 상염색체 유전이라 남녀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적색계·녹색계 색각이상이 X염색체 관련 열성유전이라 어머니 쪽 집안 내력이 중요하고, 눈이나 신경계 질환·약물로 나중에 생기는 색각이상은 전체의 1%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1]
선천성과 후천성, 구분이 먼저입니다
선천성 색각이상은 태어날 때부터 양쪽 눈에 비슷한 정도로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도 패턴이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나중에 생기는 후천성 색각이상은 전체의 1% 미만으로 드물지만, 한쪽 눈에서만 심하거나 갑자기 색 구분이 달라졌다면 선천성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선천성 원인인 망막 원추세포 구조와 후천성 원인인 시신경 병변을 좌우로 비교한 설명 그림 [그림=메디닉스DB]
단순히 색 이름을 아직 못 외운 경우라면 같은 색을 짚어보라고 했을 때는 정확히 찾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색각이상이 있는 아이는 색을 서로 짝지어 고르는 과제에서도 특정 조합을 꾸준히 혼동하는 차이를 보입니다.
집에서 먼저 짚어볼 수 있는 것들
아이의 반응이 단순한 언어 발달 차이인지 색각 자체의 문제인지는 아래 항목을 함께 확인해보면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아빠와 아이가 집에서 색깔별로 단추를 나누며 색 구분을 점검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 같은 빨간색 크레파스를 고를 때 매번 비슷한 갈색이나 초록색 계열을 함께 집어 드는지 확인합니다.
- 신호등이나 그림책에서 빨강과 초록을 서로 바꿔 말하는 일이 반복되는지 지켜봅니다.
- 외가 쪽에 색각이상 진단을 받은 남자 가족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 한쪽 눈을 가리고 봤을 때도 똑같이 헷갈리는지, 혹은 한쪽 눈에서만 심한지 비교해봅니다.
- 최근 갑자기 색 구분이 달라졌는지, 아니면 아주 어릴 때부터 일정했는지 시기를 짚어봅니다.
확인부터 검사까지, 시기별로 정리한 순서
의심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확인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가정 점검부터 소아과 선별검사, 전문 안과 검사, 추적 관리까지 시기별 순서를 보여주는 과정 그림 [그림=메디닉스DB]
- 4~5세: 색 이름을 가르치면서 특정 조합에서만 반복적으로 틀리는지 한 달 정도 메모로 기록합니다.
- 5~6세: 패턴이 계속되면 소아용 색각검사가 가능한 시기이므로 안과에서 검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 검사 후: 선천성 색각이상으로 확인되면 색 대신 모양이나 번호로 구분하는 학습 자료로 바꾸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미리 알려 둡니다.
- 초등학교 입학 전후: 학교 시력검사에 색각검사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별도로 검진 일정을 잡아둡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관리 방법 선택
색각이상 자체를 완전히 정상 색각으로 되돌리는 치료는 아직 없습니다. 대신 아이의 색각이상 정도와 생활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관리 방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색 이름 대신 모양 태그로 옷을 구분하도록 돕는 생활 관리법 실천 장면 [그림=메디닉스DB]
경도의 색각이상으로 일상생활과 학습에 큰 지장이 없다면, 특별한 처치 없이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색 이름을 틀려도 사물의 모양이나 질감으로 구분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적극적인 개입보다 추적 관찰이 우선됩니다.
시중에는 색 대비를 높여준다고 알려진 노치 필터 안경이나 렌즈도 있습니다.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이상삼색자가 이런 필터를 2주 정도 지속해서 착용하자 필터를 벗은 뒤에도 색 대비에 대한 반응이 커지는 적응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정상 색각군과 위약 대조군에서는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일상적인 색 구분 능력이나 색각검사 통과율 자체를 개선했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2]
즉 필터 안경은 아직 모든 연구에서 일관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며, 비용 부담이 있고 보험 적용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아이에게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 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색 대신 모양, 숫자, 위치로 구분하도록 학습자료나 교실 환경을 바꾸는 방법도 실질적인 대안입니다. 색연필 뚜껑에 작은 스티커나 글자를 붙여두는 식의 간단한 표시만으로도 혼동이 크게 줄어듭니다. 색 구분이 중요한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어릴 때 정확한 진단을 받아두는 쪽이 이후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거의 없는 경도라면 관찰과 학습환경 조정만으로도 충분하고, 색 구분이 중요한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거나 검사에서 중등도 이상으로 나온다면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추적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