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후배가 전화를 걸어 "아이가 자다가 코피를 자주 흘려요, 아침에 베개에 피가 흥건한 걸 보면 가슴이 철렁해요"라고 걱정스럽게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코피는 소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출혈이 시작되는 위치와 멈추는 속도는 나이에 따라 꽤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이뿐 아니라 혈압약을 복용하는 부모님 세대까지, 연령대별로 원인과 대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밤 코피가 나면 이렇게 대처하세요
코피가 났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세를 바꾸는 것입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 피가 목으로 넘어가 삼켜지므로,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고 앉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어서 코의 단단한 뼈 부분이 아니라 말랑한 콧볼(날개 연골)을 엄지와 검지로 맞닿게 눌러 10~15분 동안 쉬지 않고 압박합니다. 중간에 멈췄는지 확인하려고 손을 떼면 다시 출혈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니, 시계를 보며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압박 중 콧등에 얼음주머니를 가볍게 올려두면 혈관이 수축해 지혈이 조금 더 빨라집니다. 지혈된 뒤에도 최소 2시간은 코를 풀지 않아야 합니다. 공기가 건조한 밤에는 생리식염수 스프레이로 콧속을 적셔주는 것만으로도 재발이 줄어듭니다. 간혹 지혈을 서두르다 솜이나 휴지를 콧속 깊숙이 밀어넣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점막에 들러붙은 이물질이 떨어지면서 멈춘 피가 다시 터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는 동안 유독 코피가 나는 이유
이비인후과 학회 자료를 보면 코피의 대부분은 비중격 앞쪽, 혈관이 그물처럼 모여 있는 키셀바흐 부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1]
이 부위는 점막이 얇아 약한 자극에도 쉽게 터지는데, 밤새 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지거나 비비는 습관, 건조한 실내 공기,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이 겹치면 출혈 빈도가 올라갑니다. 소아는 성인보다 점막이 얇고 혈관이 표면에 가깝게 지나가 사소한 자극에도 코피가 잘 터지는 편입니다.
반면 성인, 특히 혈압이 높거나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원인이 달라집니다. 의료기관 질환정보를 보면 코를 후비는 습관 같은 국소적 자극 외에도 고혈압, 동맥경화, 혈액투석,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 복용이 코피와 함께 언급되는 전신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런 경우는 단순 습관보다 전신 건강 상태 점검이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환백과 자료에서는 소아는 코피의 대부분이 비강 앞쪽에서, 고혈압을 동반한 고령층은 비강 뒤쪽에서 나는 경우가 흔하다고 안내합니다.[2]
나이에 따라 코피 양상이 다릅니다
같은 코피라도 나이에 따라 출혈 위치와 양상, 멈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래 표로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소아의 코피는 대부분 앞쪽에서 나기 때문에 압박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고령층이나 혈압이 높은 경우에는 후방에서 피가 나면서 목뒤로 넘어가 삼켜지는 느낌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이런 후방 출혈은 압박할 부위를 찾기 어려워 자가 지혈이 쉽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관리법
코 후비기나 건조가 주된 원인인 소아라면 밤에 콧속 입구에 바셀린을 면봉으로 얇게 발라주거나, 가습기로 실내 습도를 40~60%로 맞춰두는 것이 먼저 시도해볼 방법입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면 코막힘을 줄이는 치료를 함께 병행하면 코를 만지는 횟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소아처럼 코 후비기나 건조가 원인인 경우에는 보습과 압박이 우선이지만, 고혈압이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성인이라면 혈압을 먼저 확인하고 복용 중인 약을 점검하는 쪽이 더 맞습니다.
반복되는 후방 출혈은 보습이나 압박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비인후과에서 혈관을 태우는 소작술이나 코 안을 채우는 패킹 같은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재발성 코피가 시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건조한 환경이나 복용 약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신호면 진료가 먼저입니다
- 압박 15분을 넘겨도 멈추지 않는 경우
- 피가 목뒤로 넘어가 삼켜지는 후방 출혈 양상
-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반복되는 경우
- 잇몸 출혈이나 멍이 코피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
- 혈압약·항응고제를 복용 중인데 출혈량이 많은 경우
- 생후 24개월 이전 영아의 코피
특히 어지럼증이나 안색이 창백해지는 증상이 코피와 함께 나타난다면 혈액 관련 질환 가능성도 함께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