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거부와 성장 더딤, 같은 시기에 겹치는 이유
밥 먹을 때마다 한 시간 가까이 흘러가고, 신체 측정 날마다 줄 맨 앞자리에 서 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지지 않으신가요? 어린이집이나 학교 신학기마다 또래와 나란히 서 보면 그 차이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으신가요? 아이가 밥투정 심하고 또래보다 안 자라요라는 고민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고민하는 보호자가 적지 않습니다.
환절기에는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코가 막혀 식욕이 떨어지고, 생활 리듬이 바뀌는 시기에는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지면서 체중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봄가을 신체검사 시즌에 또래와 비교되는 숫자를 마주하면서 걱정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일시적인 변화인지 몇 달째 이어지는 흐름인지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이 짧은 아이, 식욕과 성장을 함께 끌어내리는 요인들
밥투정과 성장 더딤이 함께 나타나는 데는 구강구조, 수면, 식습관이 동시에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커져 있으면 삼키는 동작이 불편해 식사를 피하게 되고, 코로 숨쉬기 어려워 밤에도 자주 깨면서 깊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합니다. 철분이나 아연이 부족하거나, 간식과 음료로 하루 열량의 상당 부분을 채우는 습관, 식사 중 영상 시청이 길어지는 습관도 식욕 저하와 관련이 있습니다.
코골이나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 함께 보인다면 수면무호흡과 성장의 연관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실린 자료를 보면 수면무호흡이 있는 아이들 중 키가 하위 백분위수에 머무는 비율이 건강한 아이들보다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습니다.[1]
따라서 편도·아데노이드 비대가 의심되면 식습관 교정과 별개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래보다 작은 정도, 지켜볼 범위와 검사가 필요한 범위
소아 성장은 2017년 개정된 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소아과학회가 만든 이 성장도표는 0~3세는 세계보건기구 표준을, 3~18세는 국내 자료를 적용해 백분위수 기준을 정리했습니다.[2]
이 기준에서 신장이나 체중이 같은 나이 또래의 3백분위수 미만으로 나오거나, 성장도표에서 백분위수 선이 두 단계 이상 아래로 내려가면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필요한 범위로 봅니다.
- 최근 3개월 사이 체중이 늘지 않거나 줄었다
- 두 끼 이상 식사에서 몇 숟갈만 먹고 그만둔다
- 성장도표의 백분위수 선이 두 단계 이상 아래로 내려갔다
- 또래보다 키가 10cm 가까이 작다
- 식사 거부와 함께 복통, 변비, 잦은 감염이 동반된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생활 관리만 지켜보지 말고 검사 일정을 앞당겨 상담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식사 습관부터 바꾸는 순서, 몇 주 단위로 보기
검사 전에 4주 정도 식사 습관부터 바꿔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 첫 1~2주는 식사와 간식 시간을 하루 5~6회, 고정된 시각으로 정하고 식사 시간은 20~30분을 넘기지 않도록 제한합니다.
- 다음 2주 동안은 간식을 하루 1~2회로 줄이고, 우유나 주스 같은 액상 간식은 하루 300~400ml 이내로 제한해 밥 먹을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 식사 중 영상 시청과 장난감을 치우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음식을 그대로 두는 대신 식사를 마무리하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 4주 이상 이어간 뒤에도 체중이나 키 증가가 없다면 생활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검사를 고려합니다.
다만 같은 방법을 적용해도 2~3주 안에 변화가 거의 없는 아이도 있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모든 저성장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성장 검사, 무엇을 고르고 보험은 어디까지 적용되나
생활 관리를 충분히 시도했는데도 식사량과 성장 속도가 그대로라면, 소아청소년과에서 몇 가지 검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검사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 준비물, 걸리는 시간이 다르므로 미리 알아두면 당일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는 약물을 투여한 뒤 30분 간격으로 여러 차례 채혈하는 방식이라 아이가 반나절 가까이 병원에 머물러야 합니다. 예약 전에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확인하는 부분이 하루 종일 걸리는지, 입원이 필요한지 여부입니다.
식사량만 적고 성장 속도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는 아이라면 성장도표 추적과 혈액검사 정도로 충분하지만, 백분위수가 계속 떨어지거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면 뼈연령 검사와 성장호르몬 자극검사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합니다.
특히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는 비급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검사 전에 병원에 본인부담 범위를 확인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