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며칠 전 나눈 대화 내용을 깜빡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런데 최근 가족들 사이에서 '예전과 다르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온다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 사이에 놓인 상태로, 조기에 알아채면 관리의 폭이 넓어진다.
단순 건망증은 특정 사건의 일부를 잊더라도 힌트를 주면 곧 기억을 떠올리고, 일상생활을 꾸려가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방금 들은 이야기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지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경도인지장애는 나이와 학력을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수준보다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뚜렷하게 떨어져 있지만, 치매처럼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닌 상태를 말한다. 스스로 식사나 외출, 금전 관리 등은 가능하지만 예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실수가 잦아지는 식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신호로는 같은 말이나 질문을 반복하는 것, 약속이나 할 일을 자주 깜빡하는 것,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헷갈리는 것, 물건을 둔 장소를 자주 잊어버리는 것,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 등이 꼽힌다. 이런 변화가 서서히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변화가 핵심 차이 [그림=메디닉스DB]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기억형과, 언어나 판단력·실행기능 등 다른 인지영역이 먼저 떨어지는 비기억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기억형 경도인지장애는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수년에 걸쳐 인지기능이 더 떨어지지만, 원인을 교정하거나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상태가 안정되거나 오히려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우도 보고된다. 그만큼 조기 발견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흡연, 비만, 운동 부족은 경도인지장애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우울증이나 만성적인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 역시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될 때는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경인지기능검사를 통해 기억력·언어능력·실행기능 등을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요한 경우 뇌 영상검사나 혈액검사를 함께 시행해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비타민 결핍처럼 치료로 회복 가능한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꾸준한 걷기 운동이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조기에 경도인지장애를 확인하면 교정 가능한 원인을 찾아 치료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여지도 커진다. 질병관리청은 평소와 다른 인지 변화가 반복될 경우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채소와 생선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새로운 취미나 모임 등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고, 혈압과 혈당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인지기능 유지에 보탬이 된다.
본인이나 가족이 봤을 때 기억력이나 판단력 변화가 6개월 이상 반복되고 조금씩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보다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 발견이 향후 관리 방향을 정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