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하다가 갑자기 붉은 피가 섞여 나오면 누구나 놀라기 마련이다. 객혈은 기관지나 폐 등 호흡기에서 출혈이 발생해 기침과 함께 피가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피의 양이 적어 가래에 살짝 섞이는 정도부터 다량으로 쏟아지는 경우까지 다양하며, 그 뒤에 숨은 원인도 가벼운 염증에서 중한 질환까지 폭이 넓다.
객혈은 위나 식도에서 피가 올라오는 토혈과 구분해야 한다. 객혈은 보통 기침과 함께 거품이 섞인 밝은 선홍색 피가 나오고, 토혈은 구토와 함께 검붉은 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색깔과 동반 증상만으로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 의료기관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장 흔하게 꼽히는 원인 중 하나는 기관지확장증이다. 기관지 벽이 반복적인 감염이나 염증으로 늘어나고 약해지면서 주변 혈관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만성기관지염 역시 기도 점막이 오랜 자극으로 손상되어 있어 심한 기침 끝에 혈관이 손상되면서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과거 폐결핵을 앓았던 경우에도 객혈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균이 폐 조직을 파괴하며 만든 공동 병변 주변에는 가늘고 약한 혈관이 자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위가 기침이나 염증 재발로 손상되면 출혈로 이어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완치된 결핵 환자도 폐 손상 부위에서 지연성 출혈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폐렴이나 기관지염 같은 감염성 질환도 객혈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이다. 염증이 심해지면 기도 점막의 작은 혈관이 손상되기 쉬워지고, 심한 기침이 반복되면서 혈관 벽에 압력이 더해져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대개 소량의 피가 가래에 섞이는 정도로 나타난다.

결핵 흔적 부위 혈관 손상이 객혈로 이어질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흡연 경력이 길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폐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종양이 자라면서 주변 혈관을 침범하거나 기도를 자극하면 반복적인 객혈이 나타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기침이 수주 이상 지속되면서 객혈이 동반된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심장 쪽 문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승모판협착증이나 심부전으로 폐로 들어가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폐 혈관이 약해지고 쉽게 터질 수 있다.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과 함께 객혈이 나타난다면 심장 기능을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리 등 다른 부위에서 생긴 혈전이 폐동맥을 막는 폐동맥혈전증도 응급 상황에 속한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가슴 통증과 함께 객혈이 동반된다면 폐동맥혈전증을 의심하고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이 질환은 빠른 진단과 처치가 예후를 크게 좌우한다.

폐동맥혈전증 의심 시 즉시 응급실 방문 필요 [그림=메디닉스DB]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 같은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평소보다 출혈 위험이 높아져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소한 기도 자극에도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과 최근 기침 양상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단을 위해서는 흉부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으로 폐와 기관지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기관지내시경으로 출혈 부위를 직접 확인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원인이 불분명한 객혈이 반복되면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한 번 가래에 피가 살짝 섞이는 정도라면 반드시 응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면 한 번에 찻잔 이상의 양이 나오거나 호흡곤란, 가슴 통증, 고열이 함께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흡연을 즉시 중단하고, 기침을 심하게 참거나 억지로 가래를 뱉으려 하지 말고 편하게 숨 쉬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평소 금연을 실천하고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객혈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