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두 달, 석 달씩 이어지고 누런 가래가 끊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감기로 넘기지 말고 기관지확장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관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좁아지면서 분비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초기에는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하면 폐 기능이 서서히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가래 양이 하루에도 눈에 띄게 많아지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 벽의 탄력이 망가져 정상보다 넓게 늘어난 상태를 말한다. 늘어난 기관지는 스스로 수축해 분비물을 밀어내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래가 기관지 안에 그대로 머물게 되고, 그 안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한 번 염증이 생기면 반복해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 범위가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 따르면 기관지확장증은 어릴 때 앓은 폐렴이나 결핵 후유증, 반복적인 기도 감염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선천적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거나 기도 점액을 배출하는 섬모 운동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역류성 식도질환이 동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흡연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증상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 저하를 앞당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만성적인 기침과 많은 양의 가래다. 특히 자고 일어난 아침에 가래가 몰려나오는 경우가 많고, 가래 양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많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쉽게 숨이 차는 증상, 가슴이 답답한 느낌도 흔히 동반된다. 피로감과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기침과 가래는 기관지확장증의 대표 증상 [그림=메디닉스DB]
증상이 악화되면 가래 색깔이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평소 맑거나 흰색이던 가래가 누렇거나 초록빛을 띠고 냄새가 심해지면 세균 감염으로 인한 급성 악화를 의심할 수 있다. 여기에 미열이나 고열이 동반되거나 숨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차오르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 증상까지 겹친다면 빠른 진료가 필요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스스로 판단해 약을 복용하기보다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기관지확장증은 흉부 엑스레이만으로는 놓치기 쉬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CT를 통해 기관지가 늘어난 범위와 정도를 확인하고, 폐기능검사로 숨을 내뱉는 능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가래 검사를 통해 원인균을 확인하면 이후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러한 검사 결과를 종합해 중증도를 판단하고 추적 관찰 주기를 정하게 된다.
치료의 핵심은 기도에 쌓인 가래를 효과적으로 배출하고 감염을 조절하는 데 있다. 호흡기내과에서는 가래 배출을 돕는 호흡 재활 운동이나 체위 배출법을 권하기도 하고, 세균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를 사용한다. 증상이 반복되는 환자는 독감이나 폐렴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도 급성 악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흉부 CT 검사로 기관지확장증을 진단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일상에서는 물을 충분히 마셔 가래가 묻혀서 잘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반드시 끊어야 하고, 간접흡연이나 매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하고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도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보탬이 되며, 무리한 운동보다는 걷기나 가벼운 호흡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폐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숨이 평소와 다르게 심하게 차는 경우, 고열이 계속되거나 기침이 두 주 이상 가라앉지 않는다면 미루지 말고 호흡기내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관지확장증은 완치보다는 꾸준한 관리로 악화를 막는 것이 치료의 목표인 만큼, 정기적인 진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