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진단을 받고 철분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 변 색깔이 검게 바뀐 것을 발견하고 놀라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철분제를 먹으면 변이 짙은 녹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매우 흔하게 나타나며, 대부분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지만 드물게 위장관 출혈로 인한 흑변과 혼동될 수 있어 구별법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철분제에 들어 있는 철 성분은 장에서 일부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까지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철 성분이 장 내 황화수소 등과 반응해 황화철이라는 검은색 화합물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대변에 섞이면서 변이 평소보다 어둡고 진한 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몸에 해롭지 않은 자연스러운 화학 반응이다.
철분제로 인한 변 색깔 변화는 복용량이 많거나 흡수율이 낮은 제형일수록 더 짙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철분제뿐 아니라 위장약에 쓰이는 비스무트 성분, 활성탄, 오징어 먹물이나 블루베리처럼 색이 짙은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도 변 색깔이 어두워질 수 있어 최근 며칠간 먹은 음식과 약을 함께 떠올려 보는 것이 구별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흑색변 중 일부가 위나 십이지장 등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생겨 나타나는 흑변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이를 멜레나라고 부르는데, 출혈이 소화 과정을 거치며 헤모글로빈이 산화되어 타르처럼 검고 끈적한 변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철분제로 인한 변과 겉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어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철분제 복용 후 변 색깔 변화는 흔한 반응 [그림=메디닉스DB]
두 가지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변의 질감과 냄새다. 철분제로 인한 변은 단단하거나 평소와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색만 짙어지는 경우가 많고 냄새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출혈로 인한 흑변은 끈적하고 광택이 있으며 타르처럼 들러붙는 질감에 평소보다 훨씬 역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흑변과 함께 복통, 속쓰림, 어지러움, 피로감이 심해지거나 빈혈 수치가 오히려 나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단순한 철분제 반응으로 단정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변에서 붉은 피가 섞여 보이거나 구토물에 피가 섞이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위장관 출혈을 의심하고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철분제는 공복에 복용할 때 흡수율이 가장 높지만 속쓰림이나 오심 같은 위장 장애가 생기기 쉬워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이나 주스와 함께 먹으면 철 흡수가 높아지는 반면 칼슘이 많은 유제품, 커피나 녹차에 들어 있는 성분은 철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복용 시간을 어느 정도 띄우는 것이 좋다.

수분과 섬유질 섭취가 변비 예방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철분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또 다른 불편은 변비다. 철 성분이 장운동을 둔화시키고 수분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평소보다 변이 딱딱해지기 쉬운데,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함께 섭취하면 변비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철분제 복용을 중단하면 보통 하루에서 며칠 안에 변 색깔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만약 복용을 끝낸 뒤에도 흑변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색이 더 짙어진다면 철분제와 무관한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 경우에도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산부나 소아, 만성질환으로 철분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은 변 색깔 변화를 더 예민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평소 변 상태를 기억해두고 색깔 외에 질감, 냄새, 동반 증상을 함께 살펴보며, 조금이라도 출혈이 의심되는 변화가 보이면 자가 진단에 그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