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몇 달째 기침과 가래가 가시지 않는다면 단순한 노화나 감기로 넘기기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폐의 기도와 폐포가 서서히 손상돼 숨길이 좁아지는 병으로,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되돌리기 어려워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기관지에 염증이 반복되고 폐포가 파괴돼 숨을 내뱉는 기능이 떨어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이 질환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기 중 미세먼지나 작업 중 발생하는 분진·화학 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초기에는 가벼운 기침과 가래 정도로 시작해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평소보다 숨이 가빠지고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호흡이 힘들어지며, 심한 경우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차는 상태까지 악화될 수 있다. 감기나 폐렴 등 호흡기 감염이 겹치면 증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폐활량을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숨을 최대한 들이쉬고 내뱉는 양과 속도를 측정해 기도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확인하며, 필요하면 흉부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으로 폐의 상태를 함께 살핀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흡연 경력이 있고 만성적인 기침·가래·호흡곤란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도와 폐포 손상이 진행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치료의 첫걸음은 금연이다. 폐 손상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도 담배를 끊으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흡연을 계속하면 어떤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의료진들은 약물보다 금연을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 치료의 중심은 흡입기다. 좁아진 기도를 넓혀주는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해 숨쉬기를 편하게 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급성 악화가 잦은 경우에는 염증을 줄이는 흡입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흡입기는 사용법에 따라 약효 전달이 크게 달라지므로 처방받을 때 올바른 사용 방법을 반드시 익혀두는 것이 좋다.
숨이 차다는 이유로 움직임을 피하면 오히려 근력과 폐 기능이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호흡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숨찬 증상을 줄이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중 산소 농도가 많이 떨어진 환자는 가정에서 산소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꾸준한 걷기 운동이 호흡 재활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독감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질병관리청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도 급성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이 매우 심하거나 약물·재활 치료로도 호흡곤란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폐 용적을 줄이는 수술이나 폐 이식 같은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지므로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해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완치되는 병은 아니지만 꾸준한 관리로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평소 기침이 두 달 이상 이어지거나 숨이 가빠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면 미루지 말고 호흡기내과를 찾아 폐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