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하다가 입안에 머금은 물이 한쪽으로 줄줄 새거나, 눈을 감으려 해도 한쪽 눈꺼풀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피로 때문이라고 넘기기 어렵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가족이나 동료가 얼굴 한쪽이 처져 보인다고 먼저 알아채는 경우도 많다. 이런 증상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흔히 구안와사라 불리는 질환의 전형적인 초기 신호로 알려져 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표정을 담당하는 신경이 염증이나 압박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체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다시 활성화되면서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한 설명으로 꼽힌다. 극심한 과로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은 대개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한쪽 이마에 주름을 잡지 못하고 눈썹을 올리기 어려워지며,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처지면서 말을 할 때도 발음이 어눌해진다. 음식을 씹을 때 한쪽 볼에 음식물이 고이기도 하고, 혀의 미각이 변하거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청각과민을 함께 겪는 경우도 보고된다. 발병 며칠 전 귀 뒤쪽이 아프거나 얼얼한 느낌을 먼저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당뇨를 앓고 있거나 임신 중인 경우, 최근 감기나 상기도 감염을 앓은 뒤,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안면신경마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찬바람에 얼굴을 직접 오래 노출하는 습관도 흔히 언급되는 요인 중 하나다. 여름보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는 환절기나 겨울철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뇌졸중과 구별하기 위한 신경학적 검사 장면 /사진=AI 생성 이미지
얼굴 비대칭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뇌졸중 여부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이마 근육까지 함께 움직이지 않는 반면, 뇌졸중으로 인한 중추성 마비는 이마 주름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잡히면서 입 주변만 처지는 경우가 많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균형을 잡기 어려운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뇌졸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라면 치료 시작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나타난 뒤 가능한 빨리, 늦어도 72시간 안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에 유리하다고 권고한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신경 손상이 깊어져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얼굴 근육이 뜻하지 않게 움직이는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병원에서는 염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와 함께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의심되는 경우 이에 맞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돕는 재활치료나 물리치료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으면 각막이 마르거나 손상될 위험이 있어 인공눈물이나 안대로 눈을 보호하는 것이 치료 기간 내내 중요한 관리 사항으로 꼽힌다.

온찜질과 마사지로 회복기 얼굴 근육을 관리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대다수의 환자는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상당 부분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마비 정도가 심했거나 치료 시작이 늦었던 경우에는 입을 움직일 때 눈이 저절로 깜빡이는 등 신경이 어긋나게 재생되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회복 속도와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꾸준한 경과 관찰과 재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회복 기간에는 따뜻한 수건으로 얼굴을 자주 찜질해 혈액순환을 돕고, 손가락으로 마비된 쪽 근육을 부드럽게 눌러 자극을 주는 마사지를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찬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지 않도록 외출 시 마스크나 목도리로 가리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한 관리법 중 하나다.
얼굴 한쪽이 갑자기 처지거나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팔다리 마비나 언어장애가 함께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런 증상이 있다면 즉시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동반 증상이 없는 단순 얼굴 마비라도 자가 치료로 미루지 말고 가능한 빨리 신경과나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