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리고 화끈거리는 느낌, 혹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뇌와 척수를 벗어나 팔다리와 몸 곳곳으로 뻗어있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면서 감각과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 알코올 과다 섭취, 영양 결핍, 자가면역질환 등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 없이는 원인을 짐작하기 어렵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손끝이나 발끝부터 시작되는 저림과 무감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손목이나 발목 위쪽으로 점점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양말이나 장갑을 낀 듯한 이물감을 느끼며,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을 느끼는 감각과민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의 양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화끈거리거나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또는 둔한 압박감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밤에 증상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근력이 약해지고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는 운동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꼽힌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혈당이 오랜 기간 높게 유지되면 말초신경이 서서히 손상돼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환자일수록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은 말초신경병증의 대표적 원인 /사진=AI 생성 이미지
과도한 음주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알코올은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장기간 과음하는 사람은 비타민 B1과 B12 등 신경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 흡수가 떨어져 신경 손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엄격한 채식이나 위 수술 이력이 있는 사람도 비타민 결핍으로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감염도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몸의 면역체계가 신경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또한 대상포진이나 일부 세균·바이러스 감염 이후에도 신경 손상이 뒤따를 수 있어 감염 치료 후에도 증상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항암화학치료제나 특정 약물의 부작용으로 신경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손목터널증후군처럼 특정 신경이 좁은 통로에서 눌려 생기는 압박성 신경병증, 신장질환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전신질환도 말초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드물게는 유전적 요인으로 신경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정도와 부위를 확인하게 된다.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로 혈당, 비타민 농도, 갑상선 기능, 신장 기능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면 자가면역 수치나 영상검사가 추가될 수 있다.

신경 손상 여부는 검사로 확인 가능 /사진=AI 생성 이미지
치료는 원인 질환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다. 당뇨병이 원인이라면 혈당 관리가 핵심이고, 영양 결핍이라면 해당 영양소를 보충하는 치료가 이뤄진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신경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물리치료나 보조기를 통해 보행과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방법도 병행된다.
일상에서는 금연과 금주, 균형 잡힌 식사로 신경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발바닥 상처나 감각 변화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꽉 조이는 신발이나 반복적인 손목 사용도 신경 압박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손발 저림이 몇 주 이상 지속되거나 한쪽으로만 증상이 나타나고 점점 심해진다면, 혹은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가 함께 나타난다면 신경과나 내분비내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에 원인을 찾아 관리하면 신경 손상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