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끝이 저릿하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며칠째 이어진다면 단순히 오래 앉아 있어 생긴 저림이 아닐 수 있다. 양쪽 손과 발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저림, 감각 둔화, 통증은 말초신경 여러 가닥이 한꺼번에 손상된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말초신경병증은 뇌와 척수를 벗어난 말초신경이 손상돼 감각과 운동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여러 신경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받으면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이라 부르며, 양쪽 팔다리에서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이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말초신경을 감싸는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서 신경에 영양과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이 과정이 누적되면 발가락과 손끝부터 저림과 감각 저하가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장기간의 과음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알코올 자체가 신경세포에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비타민 비1, 비12 등 신경 기능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쉬워 신경 손상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정상 신경과 손상된 말초신경 비교 [그림=메디닉스DB]
이 밖에도 갑상선 기능 이상, 특정 자가면역질환, 신장 기능 저하, 항암제나 일부 약물의 부작용,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노출 등도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초기 증상은 양쪽 발가락이나 손끝이 저리거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 혹은 화끈거리거나 시린 느낌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보통 발에서 먼저 나타난 뒤 서서히 위쪽으로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증상이 진행되면 감각이 둔해져 뜨겁고 차가운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거나, 작은 상처나 물집을 알아차리지 못해 상처가 깊어질 수 있다. 근력까지 약해지면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고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통해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와 근육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필요하면 혈액검사로 혈당, 갑상선 기능, 비타민 수치, 신장 기능 등을 함께 살펴보며 원인이 되는 질환을 좁혀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신경전도검사로 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증상을 일으킨 원인 질환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다. 당뇨병이 원인이면 꾸준한 혈당 관리가 핵심이고, 영양 결핍이 원인이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치료를 병행하며,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신경통에 쓰이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
평소 혈당과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고 금주를 실천하는 것이 신경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바닥에 상처가 없는지 매일 살펴보고 맞지 않는 신발을 피하는 등 발 관리에 신경 쓰는 습관도 중요하다.
양쪽 손발이 동시에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수 주 이상 이어지거나,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고 상처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신경과나 내분비내과를 찾아 원인을 확인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