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서 있던 날이면 고환 한쪽이 묵직하게 당기고, 만지면 혈관이 꼬인 것처럼 두둑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증상은 정계정맥류 때문일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고환 주변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돼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질환으로, 판막 이상과 해부학적 구조, 생활습관이 겹쳐 발생한다.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심장 쪽으로 혈액을 보내는 정맥 속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이 역류하면서 정맥총이 포도송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으로는 판막이 한 방향으로만 혈액이 흐르도록 막아주지만, 판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혈액이 아래로 고이면서 혈관이 늘어난다.
정계정맥류는 유독 왼쪽 고환 쪽에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왼쪽 정맥은 오른쪽과 달리 신장에서 내려오는 정맥에 거의 수직으로 합류하는 구조라 압력을 더 많이 받고, 그만큼 판막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오른쪽 정맥은 대동맥에 비교적 완만한 각도로 합류해 압력이 분산되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덜 발생한다. 이 같은 해부학적 차이 때문에 양쪽 모두에서 생기더라도 왼쪽 증상이 먼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맥벽이나 판막이 선천적으로 약하게 형성된 경우다. 혈관 벽의 탄력이 떨어지거나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사춘기 이후 혈류량이 늘어나면서 역류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계정맥류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사이에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판막 기능 저하로 혈액이 역류하며 혈관이 늘어나 [그림=메디닉스DB]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생활, 꽉 조이는 하의를 즐겨 입는 습관도 음낭 주변 혈류와 복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성 변비로 배에 힘을 자주 주는 경우나 장시간 자전거를 타는 습관 역시 정맥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진행되면 서 있거나 오래 걸은 뒤 고환 쪽이 묵직하게 당기거나 끌어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음낭을 만졌을 때 지렁이나 포도송이처럼 울퉁불퉁한 혈관이 느껴지기도 하며, 누우면 증상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정계정맥류는 주로 사춘기에서 20대 청년층에서 많이 발견되며, 대부분 증상이 가볍거나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지내다 결혼 후 임신 준비 과정에서 받은 정액 검사나 비뇨의학과 진료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단은 비뇨의학과에서 음낭을 직접 만져보는 촉진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초음파로는 정맥의 확장 정도와 혈류 역류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혈관이 확장된 정도에 따라 경증부터 중증까지 여러 단계로 나뉜다. 필요에 따라 정액 검사를 함께 진행해 정자 수와 운동성에 이상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초음파로 혈류 역류와 혈관 확장 정도를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증상이 가볍고 정자 수나 활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정액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늘어난 정맥을 묶어주는 결찰술이나 혈관을 막는 색전술 등을 고려하게 된다.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면 고환 주변 온도가 높아지고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고환이 서서히 작아지거나 정자 생성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양쪽 모두에 생긴 경우나 증상이 뚜렷한 경우라면 비뇨의학과 상담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평소 오래 서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중간중간 눕거나 다리를 올려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꽉 조이는 속옷보다는 음낭을 받쳐주는 형태의 속옷을 선택하고, 변비를 예방하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정맥 압력을 줄이는 데 좋다. 묵직한 통증이 계속되거나 혈관이 눈에 띄게 만져진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아 검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