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에 활용되는 GLP-1 계열 의약품이 주사제 중심의 시장에서 경구제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새로운 먹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허가를 권고하면서 복용 편의성과 임상 효과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 16일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신약 파운다요(성분명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해 판매 허가를 권고했다. 대상은 성인 비만 및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 그리고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치료다. 식사 조절과 신체활동을 함께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약은 저분자 비펩타이드 성분으로, 체내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GLP-1은 식욕과 포만감,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해당 수용체가 자극되면 식사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혈당이 높을 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도 나타난다.
주목할 부분은 복용 방법이다. EMA에 따르면 파운다요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으로,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일부 경구용 GLP-1 제제에서 복용 시간과 음식 섭취 간격을 신경 써야 했던 점을 고려하면 환자 편의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복약 편의성이 곧 모든 환자에게 더 적합하다는 뜻은 아니다.
체중 감량 효과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4,740명 이상이 참여한 두 임상시험을 근거로 평가됐다. 72주 시점에서 파운다요 투여군의 체중은 용량에 따라 약 5~11% 감소했다. 위약군의 감소 폭은 약 2~2.5%였다. 당뇨병 유무와 용량에 따라 결과가 달랐기 때문에 이 범위를 모든 환자의 예상 감량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제2형 당뇨병에 대한 평가에는 성인 3,765명이 참여한 네 가지 주요 임상시험이 활용됐다. 투여 용량에 따라 당화혈색소(HbA1c)가 약 1.2~1.9%포인트 낮아졌다. 임상에서는 위약뿐 아니라 다른 당뇨병 치료제와 비교한 자료도 검토됐으며, 혈당 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부작용 양상은 GLP-1 계열 의약품에서 흔히 관찰되는 위장관 증상과 대체로 비슷했다.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가 주요 이상반응으로 보고됐고, 특히 용량을 늘리는 시기에 더 자주 나타났다. 따라서 시작부터 높은 용량을 복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별 반응과 내약성을 보며 단계적으로 증량하도록 설계됐다.
중요한 것은 허가 절차의 단계다. CHMP의 긍정적 의견은 유럽연합 전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허가 결정이 필요하며, 실제 출시와 가격, 보험 적용은 별도의 과정을 거친다. 한국에서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여부와 사용 조건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최근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체중 감소 수치만으로 제품을 비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당뇨병 동반 여부, 신장·심혈관 상태, 위장관 부작용, 기존 치료제와의 상호작용, 장기 유지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임의 구매나 개인 간 의약품 거래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먹는 GLP-1 치료제의 등장은 환자 선택지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주사와 알약 중 무엇이 편한지를 넘어, 누가 장기간 안전하게 치료를 지속하면서 실제 건강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