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전이성 췌장암 분야에서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환자의 생존기간을 개선한 신약이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 권고를 받으면서 췌장암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의약품청은 현지시간 10월 15일 인체용의약품위원회(CHMP)가 미국 바이오기업 레볼루션 메디슨스의 췌장암 치료제 라손크(Rasonque, 성분명 다락손라십)에 대해 유럽연합 판매허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허가 권고 대상은 이전에 최소 한 차례 전신 항암치료를 받은 성인 전이성 췌장선암 환자다. 라손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표적치료제로,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관여하는 RAS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주변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전이성 췌장암은 치료 과정에서 항암제 내성이 발생하거나 환자의 전신 상태가 악화되면서 후속 치료 선택지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라손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췌장암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AS 신호전달체계를 직접 겨냥한다는 점이다. RAS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세포 성장 신호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
라손크의 주성분인 다락손라십은 세포 내 사이클로필린 A 단백질과 복합체를 형성한 뒤 RAS 단백질에 결합해 활성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신호를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유럽의약품청에 따르면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에는 기존 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된 전이성 췌장선암 환자 약 500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라손크 투여군과 기존 항암화학요법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및 무진행 생존기간 등을 비교했다.
추가 추적관찰 자료에서 라손크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2.4개월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화학요법 치료군의 6.7개월과 비교하면 약 5.7개월 길었다.
암이 진행하거나 사망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도 라손크 투여군에서 7.2개월로 확인됐다. 비교 치료군의 3.6개월보다 긴 수치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치료 반응은 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과 환자의 전신 상태, 이전 치료 이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물 안전성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다.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주요 이상반응에는 설사와 피부 발진, 구내염, 메스꺼움, 구토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치료 과정에서는 이상반응 발생 여부와 환자의 영양 상태,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라손크는 올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이번 유럽 허가 권고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게 됐다. 다만 유럽에서는 집행위원회의 최종 판매허가 결정이 남아 있으며, 국가별 약가와 보험급여 적용도 별도로 결정된다.
이번 성과는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 췌장암에서도 특정 암 성장 신호를 겨냥한 표적치료 전략이 생존기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장기 치료 효과와 안전성, 환자별 치료 반응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출처
유럽의약품청(EMA), 2026년 10월 15일, EMA recommends authorisation of Rasonque for metastatic pancreatic can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