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신약개발의 속도와 방식을 바꾸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임상시험을 단순히 수행하는 단계를 넘어 개발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2026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과 임상 연구자, 규제기관, 임상시험수탁기관, 의료기관, 학계 관계자 등 약 1500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올해 핵심 화두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한 임상개발 혁신이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이 후보물질 발굴에 활용되는 수준을 넘어 임상시험 설계와 데이터 분석, 환자 선별, 가상 대조군 구축 등 신약개발 전주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을 비롯해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은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신약 설계, 글로벌 규제 전략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변화도 관심을 끌었다. 일라이 릴리의 심혈관·대사질환 임상개발 전문가가 GLP-1 계열 이후의 차세대 비만 치료 전략을 소개하는 등 항암제뿐 아니라 비만·당뇨·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까지 경쟁 분야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중요한 과제는 임상시험 건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용량과 병용 전략을 적용할 것인지 초기 개발 단계부터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 기조강연에 나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조병철 교수 역시 국내 항암제 렉라자의 개발 사례를 통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발굴된 후보물질이 제약사와 의료진, 글로벌 기업의 협력을 거쳐 해외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 사례다. 조 교수는 한국이 세계적 임상시험 인프라를 갖췄지만 앞으로는 임상시험 수행을 넘어 신약개발 전략 자체를 이끄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정부도 AI·디지털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를 확대하고 범부처 연구개발 투자와 정책 펀드, 민간투자를 연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내 병원의 높은 의료 수준과 임상데이터, 정보통신 인프라를 신약개발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AI를 활용한다고 신약개발 성공률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학습 데이터의 품질과 대표성, 임상시험 검증, 규제 기준, 환자 안전성 평가가 함께 뒷받침돼야 실제 의약품 허가와 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K-바이오의 다음 경쟁력은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하는 국가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설계하고 글로벌 개발 전략을 주도하는 국가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2026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