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이나 진통제를 먹은 뒤 몸이 나른해 곧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약을 삼키자마자 눕는 습관은 생각보다 식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물을 적게 마시고 누우면 알약이 식도 점막에 그대로 눌러붙어 자극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약물 유발 식도염이라고 부른다. 가슴이 쓰리거나 목 안쪽이 따끔거리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도는 목에서 위까지 이어지는 근육관으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중력과 반복적인 연동 운동 덕분에 알약이 비교적 빠르게 위로 내려간다. 하지만 눕게 되면 이 힘이 약해지고, 침 분비량도 줄어들어 알약이 식도 중간 지점에 걸린 채 서서히 녹기 쉽다. 알약 성분이 점막에 직접 닿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염증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모든 약이 같은 위험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일부 항생제, 소염진통제, 철분제나 칼륨 보충제 등은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어 복용 후 자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약을 먹고 바로 눕거나 물을 거의 마시지 않으면 가슴 중앙이 타는 듯한 통증이나 삼킬 때 걸리는 느낌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약을 삼킬 때는 물 없이 또는 소량의 물로 넘기기보다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약을 먹을 때 미지근한 물 한 컵 이상을 함께 마셔 식도를 통과하는 시간을 줄이라고 권고한다. 물이 부족하면 알약이 식도벽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상태로 눕게 되면 자극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안전 [그림=메디닉스DB]
복용 직후에는 곧바로 눕지 말고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앉거나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골다공증약처럼 식도 자극이 잘 알려진 약제는 복용 후 상당 시간 눕지 말라는 안내문이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부득이하게 누워야 한다면 상체를 세운 자세를 취해 중력이 식도 쪽으로 작용하도록 돕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물 유발 식도염이 생기면 가슴 뒤쪽이 타는 듯 쓰리고, 음식이나 침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삼킴 곤란이나 명치 통증, 드물게는 출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흔히 복용 후 몇 시간에서 하루 이내에 나타나며, 대개는 원인 약을 다시 눕지 않고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처럼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먹고 눕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약은 애초에 휴식과 수면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도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채 곧바로 누우면 식도 자극 위험은 남아 있으므로, 베개를 조금 높여 상체를 살짝 세운 자세로 눕는 것이 안전하다.

상체를 세운 자세가 식도 자극을 줄여 [그림=메디닉스DB]
공복에 약을 먹고 바로 눕는 습관도 위산 역류를 부추길 수 있다. 위 속 내용물이 적더라도 위산 자체가 식도로 역류하면 속쓰림이나 신물 올라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거나 속쓰림이 잦은 사람이라면 약을 먹은 뒤 최소 한두 시간은 눕지 않고 가벼운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다.
가슴 통증이나 삼킴 곤란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물조차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피가 섞인 가래나 구토가 동반된다면 자가 판단으로 넘기지 말고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대한소화기내과학회는 약물 복용 후 반복적으로 흉통이 나타난다면 원인 약제를 구분해 복용 방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충분한 물과 함께 삼키고, 복용 직후에는 최소 30분 정도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특히 골다공증약이나 항생제, 철분제처럼 식도 자극이 알려진 약을 복용할 때는 설명서에 적힌 복용 후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눕더라도 상체를 세운 자세를 취하고, 가슴이 쓰리거나 삼킴이 불편한 증상이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