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3시만 되면 눈이 감기고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을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이 적지 않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창문을 꼭 닫고 난방기만 돌리는 날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머물수록 실내에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이 쌓이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졸음이 몰려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환기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겨울철에는 외풍을 막고 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창문과 문을 꼭 닫아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기만 계속 가동하면 실내 공기가 외부와 거의 섞이지 않아 사람이 내뱉는 호흡이나 생활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이게 된다. 특히 좁은 방이나 사람이 많은 교실, 사무실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질병관리청 등 보건당국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두통, 졸림,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신체가 평소보다 쉽게 지치고, 판단력이나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춥거나 나른해서가 아니라 공기 질 저하가 몸의 신호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듣는 교실이나 직장인이 장시간 머무는 사무실, 가족이 함께 지내는 거실에서 특히 두드러질 수 있다. 난방기를 오래 켜둔 채 창문을 닫아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 수에 비례해 이산화탄소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좁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일수록 오후 시간대에 졸음과 무기력감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실내 공기 중에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미세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냄새 물질도 함께 쌓일 수 있다. 환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이런 오염물질이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고 실내에 머물면서 호흡기나 눈을 자극하고, 전반적인 실내공기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환경부는 겨울철에도 적절한 환기가 실내공기질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맞통풍 환기로 실내공기 빠르게 순환 /사진=AI 생성 이미지
전문가들은 난방비 부담 때문에 환기를 꺼리기보다 짧고 자주 창문을 여는 방식을 권장한다. 하루 서너 차례, 한 번에 10분 이내로 환기를 하면 실내 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쌓인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간 직후나 식사 후에는 짧게라도 창문을 여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환기할 때는 창문 하나만 여는 것보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개 이상의 창문을 동시에 열어 맞바람이 통하게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공기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보다 양쪽으로 빠르게 순환될 때 실내에 쌓인 오염된 공기가 더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외출 전이나 활동이 적은 새벽 시간보다는 낮 시간대에 환기를 하는 것이 체감 온도 저하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창문을 자주 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공기청정기나 환기 설비를 함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수치로 알려주는 측정기도 보급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환기가 필요한 시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자체를 낮추지는 못하므로 환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오후에 반복적으로 몰려오는 졸음과 집중력 저하, 두통, 눈의 피로감이 환기 부족과 관련된 것인지 살펴보려면 창문을 열었을 때 증상이 눈에 띄게 나아지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같은 공간에 머무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을 함께 겪는다면 환경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겨울철에도 하루 세 번 이상, 한 번에 5~10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난방기 가동 중에도 잠시 환기를 하고 다시 난방을 켜는 방식이 난방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실내공기질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환기를 꾸준히 해도 졸음과 두통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진다면 다른 건강 문제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