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씩 잠을 설치다 뜬눈으로 밤을 보내는 날이 길어지면 수면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면제는 약국에서 임의로 살 수 있는 약이 아니라 의료진의 진료를 거쳐 처방전을 받아야만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처방받을 수 있는지, 처방 전후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수면제로 흔히 불리는 약물은 대부분 벤조디아제핀계나 비벤조디아제핀계로 분류되는 성분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졸음을 유도하고 긴장을 풀어준다. 작용이 강한 만큼 의존성과 어지럼증, 기억력 저하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엄격하게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수면제 처방을 받으려면 먼저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 또는 가정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 문제만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증상이 반복된다면 가까운 병원에 어떤 진료과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의료진은 단순히 잠을 못 잔다는 호소만 듣고 곧바로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잠자리에 든 뒤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자다가 깨는 빈도와 그 뒤 다시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낮 동안 느끼는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정도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이런 증상이 주 3회 이상, 한 달 가까이 이어질 때 불면증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문진 과정에서는 카페인과 음주 습관, 스마트폰 사용 시간, 스트레스 요인, 함께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물까지 폭넓게 확인한다. 불면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를 권고받을 수도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약물 처방에 앞서 생활습관 교정을 먼저 권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낮잠 줄이기, 잠자리에서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멀리하기 같은 수면 습관 교정과 인지행동치료만으로도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는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대신 독서로 잠자리 준비하기 /사진=AI 생성 이미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호전되지 않을 때 비로소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양상에 맞춰 약물을 선택한다. 잠들기 자체가 어려운 경우와 자다가 자주 깨는 경우에 주로 쓰는 성분이 다르고, 효과가 짧게 나타나는 약과 길게 유지되는 약을 구분해 처방하는 등 개인의 수면 패턴을 고려한 맞춤 처방이 이뤄진다.
수면제는 대개 2주에서 4주 이내로 짧게 처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랜 기간 복용하면 같은 효과를 보려고 용량을 점점 늘려야 하는 내성이 생기거나, 갑자기 복용을 끊었을 때 불면이 오히려 심해지는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은 재진을 통해 용량과 복용 기간을 지속적으로 조절해 나간다.
일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해외 구매대행을 통해 처방 없이 수면제를 구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렇게 유통되는 약물은 성분과 함량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과다 복용이나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처방받지 않은 약물을 함부로 복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할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복용한 뒤에는 졸음과 어지럼증이 남을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 조작을 피해야 하고, 알코올과 함께 먹으면 호흡이 억제되는 등 위험이 훨씬 커질 수 있어 음주 후 복용은 절대 피해야 한다. 임의로 다른 사람과 약을 나눠 먹거나 용량을 늘리는 것도 금물이다.
불면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거나 낮 동안 집중력 저하와 피로감이 눈에 띄게 심해진다면 참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자가 진단으로 섣불리 수면제를 구해 복용하기보다는 전문의와 함께 원인을 확인하고, 생활습관 교정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며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