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나 벌초, 농작업처럼 가을철 야외활동을 다녀온 뒤 갑자기 고열과 오한이 찾아오고 온몸 근육통까지 겹친다면 쯔쯔가무시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 리케치아균 감염증으로,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서둘러 받으면 대부분 수일 안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방치할 경우 폐렴이나 뇌수막염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번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쯔쯔가무시병은 매년 가을철인 9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가을철 발열성 질환 가운데 하나다. 들쥐 등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때 체내로 균이 들어오며, 들판이나 풀숲, 산길처럼 풀이 무성한 곳에서 활동할 때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이다. 감기나 몸살과 비슷해 처음에는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 모양의 가피가 생기고 몸통이나 팔다리에 발진이 번지는 것이 다른 발열성 질환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가피는 통증이나 가려움이 거의 없어 환자가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겨드랑이나 허벅지, 사타구니처럼 옷에 가려지는 부위에 주로 생기기 때문에 고열과 함께 전신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의료기관에서는 혈액검사와 항체검사, 필요한 경우 유전자 증폭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는 독시사이클린 계열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약제는 복용을 시작한 지 하루에서 이틀 안에 열이 떨어지는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과 투약이 예후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경구 항생제로 통원 치료가 가능하지만, 고열이 지속되거나 전신 상태가 나쁘면 입원해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투여받아야 한다.

독시사이클린 등 항생제 투여가 치료의 핵심 /사진=AI 생성 이미지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균이 혈관과 장기로 퍼지면서 폐렴, 간기능 이상, 신기능 저하, 뇌수막염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특히 고령층이나 당뇨, 심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초기 발열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진료가 권장된다.
항생제 치료를 받더라도 완치까지는 보통 일주일 안팎의 시간이 걸리며, 열이 떨어진 뒤에도 전신 쇠약감이나 피로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이 처방한 항생제는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정해진 기간만큼 복용을 마치는 것이 재발과 내성을 막는 데 중요하다.
쯔쯔가무시병은 사람 간에 전염되지 않고 털진드기에 물려야만 감염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활동 시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풀밭에 앉거나 누울 때는 돗자리를 깔고, 작업복이나 등산복은 소매와 발목을 조이는 형태로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야외활동을 마친 뒤에는 입었던 옷을 바로 세탁하고 샤워를 통해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진드기를 씻어내는 것이 좋다. 진드기 기피제를 옷이나 노출된 피부에 미리 뿌려두면 물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고하는 방법이다.
야외활동 뒤 1~3주 안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몸살이 나타나거나 평소 보이지 않던 부위에 검은 딱지와 발진이 발견되면 자가진단이나 해열제 복용에만 의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가을철 야외활동 이력을 알리고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