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와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머리가 핑 돌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난방을 켠 실내와 찬 바깥 공기의 온도차가 10도 넘게 벌어지는 겨울날에는 이런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의료계에서는 실내외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는 날일수록 아침 혈압이 들쭉날쭉 요동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혈압은 체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추운 곳에 노출되면 체온을 지키기 위해 말초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압이 오르고,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면 혈관이 다시 넓어지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실내외 온도차가 10도 이상으로 커지면 혈관이 짧은 시간에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야 해 혈압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아침 기상 직후 자연스럽게 혈압이 오르는 이른바 모닝 서지 현상이 겹치면 변동폭은 더 커진다.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혈압이 올라가는데, 이때 따뜻한 이불 밖으로 나와 찬 공기를 맞으면 혈관 수축이 더해져 혈압이 평소보다 훨씬 높게 치솟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나 고령자,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혈관의 수축과 확장 반응이 둔화돼 있어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리다. 이 때문에 같은 온도차라도 혈압이 더 크게, 더 오래 흔들릴 수 있고 두통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급격한 혈압 변동이 반복되면 혈관 벽에 부담이 누적돼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겨울철 한파 시기에 혈압 관리와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특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대로 실내 난방을 지나치게 세게 틀어 집 안을 덥게 만드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땀이 날 정도로 더운 방에 있다가 갑자기 찬 바깥으로 나가면 실내외 온도차가 오히려 더 커지면서 혈관이 받는 충격도 커지기 때문이다. 실내 온도는 18도에서 20도 안팎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완충 공간에서 체온 적응 시간 갖기 /사진=AI 생성 이미지
외출 전에는 현관이나 베란다처럼 실내와 바깥 사이의 완충 공간에서 잠시 머물며 몸이 찬 공기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가기보다 몇 분이라도 중간 온도에 머무는 습관이 혈압 급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옷차림도 중요하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으면 체온 손실을 줄이면서도 실내에서는 쉽게 벗어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목과 손목, 발목처럼 혈관이 피부와 가까운 부위를 보온하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고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잠에서 깨어난 뒤 곧바로 벌떡 일어나지 말고 잠시 누운 채로 몸을 움직여 깨운 뒤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또 복용 시간이 혈압이 가장 크게 오르는 아침 시간대와 맞는지 담당 의사와 다시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정용 혈압계가 있다면 기상 직후와 취침 전 하루 두 차례 혈압을 측정해 기록해 두는 습관도 권장된다. 평소와 다른 급격한 변동이 반복해서 나타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고, 진료 때 의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가슴 답답함, 손발 저림 같은 증상이 아침마다 반복되거나 혈압이 평소보다 크게 치솟는 날이 잦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혈압과 혈관 건강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